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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10. 2024

남에게 잘 보이려 않고 똑바로 살아가는 법

그리고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법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를 읽고 나서

독서를 하면 할수록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체감된다. 이 책 저 책으로 자연스레 이끌어 주는 유도선이라도 있는 것만 같다. 철학이나 고전책을 읽을 생각이 그리 강하지 않았음에도 최근 들어 쇼펜하우어, 괴테,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들이 쓴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말이다.


최근엔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라는 쇼펜하우어의 책을 독서모임을 통해서 읽게 되었다. 쇼펜하우어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미 읽기도 전부터 밑줄 칠 만한 내용들이 많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예감이 들었다.


막상 읽어보니 확실히 인상 깊고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더불어 남다른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간의 독서량과 사색 그리고 글쓰기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책에서 하는 말들이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은 대충은 알아들어도 마음 깊이 와닿기엔 무리가 있었거나.




세상의 꼭두각시로 20여 년의 세월을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우연히 책을 발견한 덕분에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진짜 나'가 아닐 수도 있겠단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 후로 더 많은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유를 통해 조금씩 세상과 인간에 대한 눈을 뜨게 되었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생각이 깊어지는 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독서량이 늘수록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현상에 가려진 본질만을 추구하다 보니, '보통의 선택'들과는 다른 선택들을 하며 살아왔고, 그 덕에 겪지 않아도 될 법한 우여곡절들을 숱하게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만큼은 놓지 않았다. 삶이 순탄하든가 말든가 한 손엔 언제나 책이 들려 있었다. 어찌 보면 멀쩡한 인생을 구겨버린 게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책마저 내려놓으면 그동안 들여왔던 노력들의 의미가 퇴색될뿐더러, 의지할 곳도 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렇게 책을 포기하지 않은 건 곱씹어볼수록 잘한 일이었다. 어떡해서든 책이 이끄는 대로 한 걸음씩 옮기다 보니, 결국 글쓰기라는 인생의 과업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써 보니 그간의 독서는 글을 쓰기 위한 사전준비작업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글쓰기는 생각 이상으로 유의미한 활동이었다. 처음엔 독서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독서는 그저 예고편에 불과했다.


읽기와 쓰기로만 점철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삶의 텐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이다. 요즘만큼 안온한 스탠스를 유지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에 실린 내용들은 꼭 나의 내면상태를 그대로 들어낸 것만 같았다.




본문에서는 책 제목에 맞게 남에게 잘 보이려는 헛된 마음을 내려놓고, 심신을 단단히 여미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허나 모든 좋은 책이 그렇듯 내용이 아무리 튼실해도 그 많은 것들을 외고 다닐 순 없다. 이런 류의 책들은 읽고 배우고 깨닫는 게 아니라, 현재 자신의 마음가짐과 대조하는 용도로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기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각 문장에 깃든 의미를 다짜고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는 책이라고 본다. 평소 시간과 여유를 갖추고 깊은 사유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혹은 자기만의 정립된 가치관을 기반으로 올곧게 살아가는 이가 아니라면 하품을 연발하기에도 충분한 책이다.


특히 대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사람이 아니라, 군중 속에 파묻혀 '평균'을 지향하며 살아가는데 여념이 없는 사람일수록 말이다.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에 실려 있는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으면서도 다시 한번 느낀 건, 사람은 역시 자기만의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기',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등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아울러 해결할 수 있는 건 바로 몰입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서 남는 시간에 그것에만 몰두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꼭 다양한 원인들이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딱히 할 게 없는 관계'로 생각과 마음이 엉뚱한 곳을 향하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괜히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실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매일 그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인생의 시답잖은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이 된 걸 보면 더욱더 그렇다. 엄밀히 따지면 문제가 해결됐다기보다는, 그쪽으로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진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정작 중요한 일이 생겨 보니, 비로소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것들은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었단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100가지 방법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1가지 방법을 공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자신이 흥미를 붙일 만한 일을 찾는 것이며, 그런 일을 찾았다면 오직 그것에만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문제들은 모두 알아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제'는 원래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그것을 문제로 바라보는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 낸다. 이 세상에 좋은 일, 나쁜 일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는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이것저것 급을 나누다 보니 '차이'가 발생하고 그를 통해 갖가지 문제를 직접 창조했던 것이다.


만약 어떤 일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나눌 수 있었다면, 세상 사람 모두가 같은 반응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라고 여기는 죽음조차도, 죽음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반응이 나뉘는 법이다. 그런 걸 보면 세간의 모든 문제는 문제이기도 하고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본 책은 누군가에겐 익숙한 내용일 것이며, 누군가에겐 생소한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엔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에게도 훗날 언젠가 본인이 본인다워지는 그때가 오면, 비로소 불현듯 생각날 만한 주옥같은 내용들이 많이 실려 있다고 본다.


내 생각에 남에게 잘 보이려 인생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그 '나'조차도 나와 관계를 맺은 또 하나의 존재라고 인식해 보는 것이다. 마치 나를 타인으로써 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최우선적으로 잘 보이려 애를 써 보는 것이다.


방식이 어떻든 간에 자기 자신만큼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관계가 없다는 걸 인지할 수만 있다면 뭐든 좋다고 본다. 나를 무조건 나라고만 여기지 않으면 마음가짐이 그만큼 달라진다.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타인을 상대할 때 예의를 차리고 배려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타인과는 다르게 자기 자신 앞에서는 감히 꾸밀 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때문에 내가 나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노력들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기지 않을 수가 없다. 대충 했다간 금세 들통날 테니까. 그건 그 자체로 꽤 버거울 수도 있지만, 그 대가로 더 이상 나머지 불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애쓰게 될 일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세상에 나만큼 소중한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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