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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n 25. 2024

글쓰기가 어렵지만 쉬운 이유

ep 7. 어차피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하루 전체 조회 수가 10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구독자 수가 100명이 넘어가고 하루 조회 수도 평균 200~300회 사이를 오가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런 수치들이 사실 별 의미는 없다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긴 했습니다. 뭔가가 쌓이고 있단 증거로는 볼 수 있는 셈이니까요.


한편 브런치북 랭킹은 좀 다른 세상 이야기만 같았습니다. 출간 작가나 필력이 타고난 사람 혹은 웬만해선 들어보기 힘든 독보적인 서사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브런치북 순위권에 안착하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영역에 제가 쓴 브런치북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가 진입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처음 목격했을 땐 9위 정도였던 거 같은데, 점차 올라가더니 4위에도 잠시 머물다 내려왔습니다. 평소 슬픈 일이 일어나도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고 좋은 일이 일어나도 크게 반응하지 않는 편인데, 그땐 좀 많이 기뻤습니다.


구독자 수는 일주일 만에 몇 백 명이 늘어났습니다. 덩달아 조회 수도 수직상승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구독자 100명 이상의 브런치 작가님들이 대단해 보였는데, 브런치북 한 방에 우러러보던 작가님들보다 더 많은 구독자 수를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제가 겪은 일이 흔치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브런치북으로 엮은 것도 있지만 그 정도로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자칫 자만할 법도 했지만 다행히 겸손은 잃지 않았습니다. 브런치북 순위권에 진입한 건 운의 영역이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사 그게 아니라 한들, 정확히 어떤 요인으로 브런치북이 뜨게 된 건지는 도통 알 길이 없으니 확신하고 풀어지기엔 명분이 마땅찮았습니다(그때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영 별로인 걸 보니, 확실히 운이 좋았던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더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쓰기는 그래서 좋았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이지만, 모든 해답은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글 쓰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기어코 쓰기만 하면 대부분의 것들은 알아서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니 쓰는 것만큼 쉬운 것도 없었습니다.


그 사이 새로운 제안도 몇 개 들어왔었습니다. 하나는 경영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에서 필진작가로 초청하는 제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AI기반 추천 뉴스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서 에세이 창작자로 섭외하는 제안이었습니다. 처음엔 조건이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브런치와 동시 작업이 가능할 것만 같아서 두 곳 모두 제안을 받아들였었습니다.


지금은 둘 다 하지 않습니다. 필진작가는 애초에 계약기간(계약이랄 것도 없이 약속 정도)이 3개월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실질적으로 제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재계약은 거절했습니다. 스타트업은 글을 쓰는 만큼 돈이 들어오는 수익구조가 매력적이어서 쉬엄쉬엄 정도는 하려고 했는데, 운영이 미흡했던지 어느 순간 회사가 망해버려서 자연스레 접었습니다. 두 곳 모두 미련은 없었기에 다시 브런치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출간 제안도 한 번 더 들어왔었습니다. 브런치북 랭킹에 올랐던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라는 브런치북을 책으로 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이전에 한 번 당할 뻔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기쁜 마음이 들기보다는 일단 한 번 보자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이전과 거의 비슷한 출판사에서 거의 동일한 방법으로 제안을 걸어왔던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설마 싶었는데 혹시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출판사의 규모도 그렇고 접근하는 방식도 그렇고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만 이전보다 덜 무례하긴 했습니다(대신 좀 더 기계 같았지만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밀리의 서재로 들어가 출판사 이름을 검색해 봤더니 이상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렇게 브런치를 통해 제안도 더러 받다 보니 '새로운 제안'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로써 업적을 기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겠다는 게 슬슬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걸어가야 할 방향이 틀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이전보다 더 막막하긴 했으나, 해야 할 일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냥 하던 거나 계속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더 많이 쓰는 것.

그게 전부였습니다.




[에세이 출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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