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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n 28. 2024

비록 브런치북 공모전은 탈락했지만

ep 8. 내 글이 못나 보이는 것의 의미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1년 동안 정말 많은 글을 썼습니다. 분명 브런치에 하루 한 편씩만 글을 올린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1년 만에 600편이 넘는 글을 발행했더라고요. 글쓰기에 미쳐 살았다는 게 여실히 증명되는 지표인 셈이었습니다.


전 처음 하는 거라도 웬만큼은 잘 해내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꾸준하지 못한 게 항상 문제였습니다. 매번 중도에 느닷없이 포기하는 건 제 강점이자 특기였습니다. 가끔 재미 삼아 사주팔자를 볼 때면 다른 건 다 좋은데, 끈기가 부족하다는 게 거의 유일한 단점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근데 그런 제가 무려 2년여 동안 한 가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니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아내 덕분이었습니다. 아내를 만나지 못했다면 시간을 벌고자 돈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럼 새벽기상을 할 일도 글쓰기를 하게 될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글에 가장 많이 녹아 있는 인물은 바로 아내입니다. 진지충(?)이 되어 통찰과 사유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글을 제하고서는 아내와 연관된 글이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아내는 제게 있어서 뮤즈(작가나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같은 존재입니다.


브런치북 공모전에 처음으로 응모한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도 아내와 관련된 글입니다. 그 후에 추가로 쓴 이야기도 대부분 그렇습니다. 아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을 풀어쓴 <아무래도 사랑인 것 같소>, 제가 일찍 죽는 바람에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노년의 아내를 꿈속에서 만나 쓰게 된 <신이시여>. 특히 <신이시여>는 제가 처음으로 써 본 소설이기도 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꿈을 꾼 거라고 생각했는데 희한하게 꿈이 잊히질 않았습니다. 꿈이 생각날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자꾸만 났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며칠간 계속 그랬습니다. 그러다 그냥 글로 남겨야겠다 싶어서 쓰게 된 게 바로 <신이시여>였습니다. 나름 대작이었습니다. 길어봤자 약 15편의 에피소드에 그쳤던 이전 브런치북들에 비해, <신이시여>는 30편으로(브런치북의 최대치가 30편) 꽉 채웠습니다.


반응은 심하게 무미건조했지만요.

(웃음)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11회 브런치북 공모전이 끝나 있었습니다. 애초부터 한 편의 브런치북을 응모하려 했던 저는 결과적으로 총 아홉 편의 브런치북을 응모하게 됩니다(이전에 썼던 브런치북도 포함하여). 그중 가장 기대를 걸어볼 만했던 건 공모전을 겨냥하여 맨 처음 쓰게 된 브런치북이자, 브런치북 랭킹 4위까지 올라간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였습니다. 나머지는 생각보다 글을 너무 빨리 써 버려서 시간도 많이 남은 와중에 쓸거리도 꽤 많이 생각나서 쓰게 된 것들이었습니다.


내심 기대는 많이 했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최소 대상은 못 타더라도 작년처럼 특별상 50인 중 한 명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엔 대상밖에 없더라고요. 비록 상은 타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얻은 게 많았습니다. 일단 공모전 기간 동안 제 기준에선 엄청나게 많은 글을 썼다는 것부터가 경험적인 면에서 큰 이득을 본 셈이었습니다.


평소 쓰던 글들은 초고를 삽시간에 휘리릭 쓰고 대충 글자 몇 개 고치고는 발행하곤 했었습니다. 그에 비해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한 것들은 매일 제 자신과 겨루며 퇴고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친 덕분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히 그리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에 쓴 글들이 하나같이 전부 부끄럽게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글쟁이로서 얼마나 성장했는지의 여부는 자신이 썼던 이전의 글들이 얼마나 형편없어 보이는지에 대한 척도로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이만하면 됐다'라는 판단 하에 발행했던 글을 다시 볼 때 '대체 왜 이렇게 쓴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면 자책할 게 아니라 비로소 자축해야 할 때인 것입니다. 보는 눈이 그만큼 달라진 거라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엔 그런 패턴이 수도 없이 반복 됐었습니다. 아마 지금 쓰는 글도 나중에 다시 보면 분명 이상하게 보일 게 확실합니다.


글쓰기는 그래서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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