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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02. 2024

처음으로 출판사에 투고를 해보았다

ep 9. 생애 첫 투고 경험담


어느샌가부터 저는 브런치에 출근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다니는 직장은 부업이라 여겼고요. 그래서 회사일은 딱 할 만큼만 적당히 했습니다. 원래 저는 뭐든 너무 열심히 해서 탈이었는데, 출근 전과 퇴근 후에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열심히 하지 않는 게 수월했습니다. 덕분에 그만큼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퇴고가 뭔지 투고가 뭔지도 모르고, 맞춤법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서 무식하게도 써댔습니다. 누군가 제게 글쓰기에 대한 요령을 물어본다면 무조건 많이 써 보라고 할 것 같았습니다. 그게 저만의 비결이라면 비결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브런치북 공모전이 끝나고 나서는 너무 글만 쓰는 것도 일종의 틀에 갇힐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은 브런치에 꾸준히 글만 쓰면 출판사에서 나를 낚아채든, 브런치북 공모전 수상을 하든 자연스럽게(?) 출간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비록 출판사로부터 두 번의 출간제안이 들어왔으나 그다지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고, 브런치북 수상은 보기 좋게 물 건너갔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글쓰기를 중단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공모전 수상이나 출간여부와는 관계없이 글은 계속해서 쓸 거였습니다. 인생의 과업을 찾았다고 할 만큼 글쓰기가 좋았거든요. 그럼에도 힘이 좀 빠졌던 건 사실입니다. 부끄럽지만 그 당시엔 제 글이 시원찮아서라기보다는,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성과를 내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오만한 생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감히 투고할 마음을 품을 수 있었던 건 그 오만함 덕분이었습니다.




투고, 저와는 거리가 먼 일인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좋게 봐줄 일은 있어도, 제가 감히 출판사를 먼저 설득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이 궁지에 몰리니까 사람이 뭐라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성과가 좋았던 브런치북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를 토대로 출간기획서를 작성했습니다. 원고는 브런치에 발행한 글들을 한글 프로그램으로 복사해서 전체적으로 틀만 다듬고 말았습니다.


출간기획서는 검색해 보니 다운로드할 수 있는 샘플이 많았습니다. 근데 그중 마음에 드는 건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형식적이고 딱딱해 보였습니다. 무료로 제공한다 해도 굳이 저걸 다운로드하여 써야 하나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신인 작가는 1,2초 사이에 편집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는데, 한눈에 봐도 지루해 보이는 기획서는 승산이 없다고 봤습니다. 전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어설프게나마 다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간기획서 양식을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꼭 써넣어야 되는 부분들은 살리고 없어도 될 것 같은 항목들은 굳이 끼워 넣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가독성 좋은 포스터 형식으로 기획서를 만든 다음 PDF로 추출하였습니다.


그 후 에세이를 주로 출간하는 100여 군데의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돌렸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해진 양식에 맞춰 투고해야 하는 곳도 있었고(주로 대형출판사), 아예 투고 메일을 받지 않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 외 거의 대부분은 홈페이지나 SNS에 기재된 이메일로 원고와 기획서를 첨부하여 발송하면 됐었습니다. 가끔 이메일 주소를 찾을 수 없는 출판사도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면 친절하게 메일 주소를 알려주시곤 했습니다(DM을 보냈음에도 반응이 아예 없는 곳도 있긴 했습니다).


투고 메일을 보내고 나니 평소 기다려 본 적도 없는 메일이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도 켜 본 적이 없던 지메일의 알람을 실시간으로 뜨게끔 설정할 정도였습니다. 하루에 적게는 한 곳에서, 많게는 세 군데 정도의 출판사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아~'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거절 메일이나 '원고가 정상적으로 접수되었다'라는 식의 메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쓰리진 않았습니다. 애초에 투고를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기도 했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의 마인드로 임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론 대략 20% 정도의 출판사에서 거절 메일을 보내오고 나머지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가장 빨리 답장을 받은 건 이틀만이었고, 가장 느리게 답장을 받은 건 두 달만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홧김에 저지른(?) 생애 첫 번째 투고는 그렇게 소리소문 없이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아쉽기도 했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스스로를 달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던 거나 계속하자.'




에세이 출간 소식

저의 첫 에세이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의 펀딩을 시작했습니다. 결혼의 본질인 '서로 잘 지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저희 부부만의 독특한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결혼을 망설이는 분, 예비부부, 신혼부부, 행복한 결혼생활을 지향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리며 또 그런 분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사전예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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