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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09. 2024

내 글이 브런치북 랭킹에?

ep 11. 이것은 꿈인가 생신가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는데 글쓰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글 쓰는 동안 글이 글을 부른다는 건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브런치북을 쓰다 보면 마치 글이 새끼라도 치는 것마냥 새로운 글이 우후죽순 불어났습니다. 에피소드 하나의 분량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내용을 분리했다가 그게 다른 브런치북이 되기도 하고, 한참 글을 쓰는 와중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제목만 따로 써놨다가 나중에 쓰게 된 브런치북도 있었습니다.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9편의 브런치북을 응모하게 된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그렇게 돼버린 것입니다.


틈만 나면 글을 쓰다 보니 브런치에 공개하지 않은 브런치북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계획에 없던 브런치북들은 보통 제목만 써놨거나, 한참 쓰다 말았거나, 초고는 다 썼는데 퇴고를 거치지 않은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은 예외였습니다. 그건 퇴고까지 다 마쳐서 바로 발행해도 관계없는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막바지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습니다. 왠지 이대로 공개하면 안 될 것만 같은 직감이 들었습니다. 컨셉은 좋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뭔가가 찝찝했습니다. 그래서 발행하지 않고 몇 개월간 묵혀뒀습니다.


브런치북 <난 어쩌다 재수없는 인간이 되었을까>는 그 이후에 쓴 것입니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언급했듯, 어느 순간 제 글이 재수 없어 보이는 게 계기가 되어 느닷없이 쓰게 된 글입니다. 다행히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전 제 글들에 아로새겨진 '재수없음'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턴 쓰는 것에만 정신 팔리지 않고 좀 더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에 어쩌다 보니 이전에 다 써놓고 방치했던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글이 재수가 없었습니다. 재수도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못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그동안 아내가 지적했던 것들이 그대로 글에 녹아있는 것도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전개가 빠르고, 쓸데없이 진지하며, 글이 불친절하다는 아내의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한참 전에 썼던 글을 다시 건드는 건(심지어 괜찮지 않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아예 다른 글을 새로 쓰는 게 맘이 더 편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컨셉이 아까웠습니다. 신혼부터 각방 쓰는 결혼생활, 비혼주의가 늘어나는 세상에서 더할 나위 없이 잘 지내는 저희 부부만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은 충분히 드러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혼을 망설이는 분들의 등을 떠밀어 주는 역할도 하고 싶었습니다. 자격이 되지 않았단 이유로 혹은 이미 자격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스스로 채운 족쇄 때문에 다음 절차를 밟지 못하는 분들의 심금을 울리고픈 욕심도 있었습니다. 또한 더 이상 미루면 기껏 힘들게 써 놓은 글을 죄다 버려야 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를 처음부터 다시 건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작업에 돌입하니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퇴고해서 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기존에 썼던 글을 약간 다듬기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다듬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보였습니다. 메모장을 옆에 띄운 다음 이전 글을 참고하면서 거의 새로 다시 쓰듯 글을 고쳐나갔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머리도 아팠습니다. 멈출 생각은 없었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글이 못나 보이는 만큼 성장했다는 지표로 삼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내면에서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듯싶었습니다.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최소 한 달 이상은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출퇴근 전후의 남는 시간 거의 전부를 글쓰기에 쏟아부었음에도 그만큼이나 걸렸습니다. 그 와중에 매일 빠짐없이 브런치에 글도 쓴 탓에 그리 더뎌질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땐 좀 강박이 있었습니다. 왠지 브런치에 하루라도 글을 올리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굴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어떡해서든 브런치에 매일 빠짐없이 글을 쓰려했던 게 무식해 보이기도 하고 미련해 보이기도 합니다. 직장 다니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시간을 쪼개가며 글을 쓰는 사람이, 매일 브런치에 새로운 에세이를 발행하는 것과 동시에 브런치북까지 쓰는 건 무리이긴 했습니다. 글의 퀄리티보다는 꾸준히 발행하는 것에 더 혈안이 됐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는 없을 테니 글의 퀄리티는 떨어진다고 봐야 하는데 그땐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는 다행히 환골탈태 수준으로 퇴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리고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연재 브런치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며칠 뒤에 아내와 함께 여수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한 것도 아니고 겨우 브런치북 하나 발행했을 뿐인데, 뭔가 큰 일 하나 치른 후에 포상휴가라도 떠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행 이틀 차에 평소처럼 글을 쓰려고 새벽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가, 믿지 못할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브런치북 랭킹 1위'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에세이 출간 소식
'사회적 통념을 극복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장된다.'

독서모임에서 만나, 돌잔치홀에서 결혼하고, 각방을 쓰며, 양가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지 않고, 서로를 배우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결혼생활을 독자들에게 내보임으로써 결혼과 관련된 각종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책을 썼습니다.

결혼하면 고생길로 접어든다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정해진 틀’에 자신들의 삶을 끼워 맞출 필요는 없으며, 결혼의 본질은 ‘서로 잘 지내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우고자 저와 아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옮겨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부만의 남다른 결혼생활이 많은 분들에게 결혼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사유를 해볼 수 있는 촉진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사전예약하기(~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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