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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16. 2024

가만히 앉아 글만 쓸 바에는

ep 13. 시도한다고 손해 볼 건 없지


저는 블로그 생태계에 질려서 등 떠밀리듯 브런치로 넘어온 거였습니다. 그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다 보니 언젠가부터 작가가 되겠단 마음을 품기 시작했고 출간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가끔 출간 미팅하는 꿈을 꾸기도 하고,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받아 책을 냈다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자주 찾아보곤 했습니다. 좋은 아파트에 입주하고, 비싼 외제차를 사고,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보다 출간의 꿈을 이루게 된 작가지망생분들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그만큼 제 이름으로 된 책을 세상에 내놓고픈 욕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출간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쓰는 글들의 상당수가 브런치 메인에 걸리고, 브런치북을 썼다 하면 높은 타율로 순위권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실제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이 두 번이나 들어왔음에도(일말의 고민도 없이 거절할 정도로 이상한 곳들이긴 했지만) 현실은 딱히 변한 게 없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구독자 수, 조회 수 등의 수치들이 꾸준히 오르고는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뭔가 묵직한 한 방이 필요했습니다.


글만 썼을 뿐인데 출간 제안이 들어왔다는 사람들처럼 저도 출판사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으니 꾸준히만 쓰다 보면 또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런 염원이 있었기에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지치긴 했던 거 같습니다. 계속 이렇게 글을 쓰면서 먼저 내미는 손을 기다리기만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책 한 권 낸다고 해서 바로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실제 출간이력이 있는 작가님들의 현실이 녹록지 않은 사례는 수도 없이 접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떡해서든 출간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만하면 내세울 만한 게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글쓰기가 좋아지고, 쓰면 쓸수록 더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하고 싶었던 만큼 더 그랬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출간작가가 된다면 그래도 한 걸음 내디딘 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냥 기다리는 게 방도는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전처럼 보기 좋게 거절만 당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시도한다고 해서 손해 볼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글만 쓰는 것보단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보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브런치북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의 원고를 정리하고 기획서를 만들어서 다시 한번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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