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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촌놈 출간 미팅하러 서울 가다

ep 19. 꿈에 그리던 오프라인 출간 미팅

by 달보


전 작가를 꿈꾸면서부터 줄곧 상상하던 게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전면이 유리로 되어 커다란 실내가 훤히 보이는 카페의 창가 테이블에서, 출판사 직원 두 분과 제가 마주 보고 앉아 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었습니다. 잠에 들기 전이나, 샤워 중 머리를 감으며 눈을 감을 때나, 운전을 하면서도 종종 그 모습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만큼 그런 순간이 현실로 다가오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각종 온라인 시스템을 매우 선호하는 편이지만, 출간 계약만큼은 출판사 관계자분과 직접 만나서 절차를 밟고 싶었습니다.


저는 투고하는 과정에서 계약과 관련된 내용을 메일로만 주고받는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가끔 출간 후기를 읽어볼 때마다 유독 부러운 마음이 일었던 경우는, 투고를 했더니 오프라인 미팅 약속이 잡혔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였어요. 출간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픈 염원을 남몰래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전자책 출간을 지양하는 출판사의 출간 제안에 대한 고민을 매듭 지으려던 찰나에 새로운 메일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약 2주 전쯤에 투고했던 한 독립출판사로부터의 회신이었습니다. 왠지 알람부터가 느낌이 달랐던 그 메일을 읽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새로운 출간 제안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드디어 숱하게 상상만 해오던 오프라인 미팅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을 더 읽어 봤습니다. 잘못 본 건 아니었습니다. 빠르면 내일도 미팅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분명하게 메일 본문에 적혀 있었습니다.


참으로 달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맘 같아선 그날 저녁에라도 미팅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전에 엎어진 출간 계약들을 곱씹으면서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느라 꽤 혼났습니다. 미팅 장소가 서울이어서 좀 멀긴 했습니다. 전 경북 구미에 거주하고 있어서 만약 간다 하면 김천구미역까지 차로 이동한 다음 KTX를 타야 했습니다(서울과 부산은 되도록이면 차를 몰고 가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심지어 계약을 못해도 좋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출간 미팅과 출간 계약은 한 묶음으로 볼 법도 했지만, 유독 저는 그것들이 각자 다른 맛을 지닌 별개의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이틀 후에 오후반차를 내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제게 서울은 몇 년에 한 번 정도 여행할 때나 들리는 곳이었는데, 그렇게 볼 일만 보고 하루 만에 바로 내려오는 일정을 잡아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구미에서 김천구미역까지 차로 이동하는데 40분, KTX를 타고 서울까지의 1시간 40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아, 기차로 이동하는 동안 노트북으로 글을 쓰긴 했습니다). 꿈으로만 그리던 장면을 직접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니 미세한 두근거림이 쉽게 가시질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서울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었습니다. 항상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전보다 외국인들이 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미팅 장소는 서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전철로 금방 갈 수 있었습니다. 이동하는 내내 미팅 약속을 잡았던 메일을 다시 읽어보고, 해당 출판사의 홈페이지와 SNS도 다시 한번 훑어봤습니다.


꿈과 현실의 격차는 엄연히 존재했습니다. 미팅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그간 상상해 왔던 커다란 카페와는 느낌이 다른 소박한 곳이었습니다. 약속시간까지는 20분 정도가 남아있었습니다. 홍차를 주문한 다음 그날을 기념하고자 카페 사진을 몇 장 찍고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등 뒤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한 사람이 저를 향해 다가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들었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흠칫 놀랐습니다. 카페보다도 훨씬 큰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선사한 건 다름 아닌 출판사 대표님이었습니다.




[에세이 출간 안내]

<신혼이지만 각방을 씁니다>

용기를 좀 내야겠지만 본인 상황에 맞는 생활방식을 택할 수 있는 여지는 혼자 살든 함께 살든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면 남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지만, 정작 남들은 남들의 인생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게 현실이다.
- 책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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