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 거듭나는 과정 속에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글을 쓴다. 출근 시간이 9시라 2,3시간 정도 글을 쓰고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땐 운동도 한다. 운동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집 근처 문화센터에 있는 수영장이나 아파트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간헐적으로 하긴 한다. 더 많은 글을 쓰기 위해 체력저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출근하면 회사에서도 짬짬이 글을 쓴다. 업무를 하는 게 마땅한 도리이나, 일이 크게 바쁘지 않을 땐 쉬면서 글을 쓴다. 점심시간엔 두말할 것도 없다. 업무 여건상 혼자 밥 먹을 때가 많은데, 거의 대부분은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픽업해 와서 후딱 먹어 치우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글을 쓴다.
퇴근하고 나면 집으로 바로 가는 게 맞겠으나, 창작의 욕심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카페로 향한다. 칼퇴하고 6시 30분 전에 카페에 도착하면 자리가 널널하지만 한두 시간이 지나면 슬슬 소위 카공족들이 들어찬다. 그들이 자리를 한가득 메울 때쯤인 밤 9시가 다 되어가면 슬슬 노트북을 챙기고 집에 갈 채비를 한다.
집에 가면 샤워부터 하고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웬만하면 밤 11시 전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더 늦게 잠들었다간 다음 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야식을 참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위의 패턴을 무한반복하며 약 2년 동안을 살아왔다. 그동안 브런치 구독자는 1,400명이 넘었고, 내 브런치의 조회 수는 100만 회가 훌쩍 넘어갔으며,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근데 이젠 그 일상이 무너졌다.
아빠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벽 4시 30분부터 3개씩 맞춰 놓은 알람은 다 꺼버렸다. 아기 재우느라 자정 넘어 잠에 들기 때문에 새벽기상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출근 전에 글 쓰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마치 오래전에 꾼 꿈처럼 느껴진다. 아직 갓난아기라서 그런지, 내가 아기 보는 스킬이 현저히 떨어져서 그런진 몰라도 달래고 눕혀도 계속 울어대느라 도저히 뭘 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아내는 나보다 더 많이 고생하는데 그 옆에서 나 하고자 하는 걸 하는 건 당분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나마 회사에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참 현장으로 조사를 나가 자리를 매번 비우던 팀장님도 일거리가 떨어지는 발마에 항상 내 옆에 붙어있다. 더군다나 팀장님은 한 번 일 시작하면 기본 4,5시간은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 사무실 구조 특성상 책상이 바로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대놓고 옆에서 글을 쓰는 건 가히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퇴근하면 또 자정 넘어서까지 짧게는 1시간 길어봤자 2시간 간격으로 우는 아기 때문에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우리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뭐라도 해놓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그럼에도 그만한 의미가 있겠지.
애초에 내가 사서 고생했던 건,
모두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잊지 말자.
원대로 지내지 못해서 짜증이 날지라도,
아내가 건넨 경고의 탈을 쓴 조언대로
'본질'이 무엇인지 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