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을 더 사랑하는 이유
2025년의 첫날이 밝았다. 옛날엔 12월 31일에 종 치는 걸 보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1월 1일에 해 뜨는 걸 보러 가곤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새해 다짐을 했다.
'올해엔 살을 꼭 빼야지'
'올해엔 좋은 직장을 찾아야지'
'올해엔 한 곳에 오래 붙어 있어야지'
이 중 제대로 지켜지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목표 자체가 막연하고 애매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단 다른 이유가 컸다. 그건 바로 '새해 다짐'이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유의미한 변화는 매일 다짐해도 맞이하기 힘들다. 인간의 의지는 나약하고 비겁해서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새해 다짐은 당연히 오래갈 리가 없었다. 1년 중 새해는 하루뿐이니까.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평범한 하루에 마주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난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기념일이나 새해 첫날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날들은 의미를 덜어내기 시작했다. 생일이라는 이유로 케이크를 사지 않았고, 연말이라는 이유로 약속을 잡지 않았으며, 새해가 밝았다는 이유로 갑자기 뭔가를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평소에 충실하고 평소에 열심히 살았다.
내게 있어 평범한 날들은 소중하고 자연스러운 날이었다. 하지만 남들이 정해놓은 특별한 날들은 뭔가를 기대하게 만들고, 실망하게 만들고, 비교하게 만드는, 묘하게 기가 빨리는 날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글쓰기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요즘 같은 일상을 평생토록 살 수 있으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결코 사소한 염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난 매일 다짐한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항상 상기하고, 나 자신을 잃지 말자고.
2025년 1월 1일에 뜨는 태양은 여느 날에 뜨는 태양과 다르지 않다. 2024년은 끝난 적이 없고, 2025년은 시작된 적도 없다. 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은 '하루'도 알고 보면, 시작과 끝을 종잡을 수 없다. 하루란 단지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일 뿐이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은 새해 첫날처럼 새롭고, 어제의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다. 그러니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대신, 그 순간에 충실하면 된다. 지금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선물임을 알아차리고 진심을 다해 살아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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