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단지 새벽에 일어났을 뿐인데
사실 미라클모닝은 예전에 몇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할 엘로드의 <미라클모닝>을 읽고 말입니다. 당시엔 앞길이 막막하던 참이라, 새벽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기적이 일어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그리 함부로 일어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알람 소리에 눈 뜨는 것까진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이후였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도 할 게 없었습니다. 명상도 해보고 독서도 해봤습니다. 뭐, 좋은 거 같긴 한데 그게 전부였습니다. 좀처럼 지속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마땅히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으니까요. 더군다나 그땐 공부하고 있을 때라 출근할 곳도 없어서 굳이 새벽이 아니라도 시간은 많았습니다. 그러니 미라클모닝을 시도할 때마다 작심삼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런 실패의 추억들이 훗날의 자양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직 후 미라클모닝을 다시 도전할 때, 전 한 가지 시스템을 고안했습니다. 그건 바로 블로그에 새벽 기상 인증글을 발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처럼 무턱대고 새벽에 일어났다가는 작심삼일로 끝날 게 뻔했으니까요. 트래픽이 왕성한 네이버 블로그라면 몇 명 정도는 응원해 줄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고, 그들의 격려를 받다 보면 미라클모닝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인증샷과 함께 '미라클모닝 1일 차, 2023년 6월 23일 5시 기상' 정도의 짧은 문구만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전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첫 글
얼마 전, 내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특이점으로 남으리라 생각될만한 큰 결정을 하였고 그 결과 나는 시간을 벌었다. 시간 자체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내가 시간을 대하는 자세가 이전과는 달라졌다. 시간을 한 번 잃어보니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 <미라클모닝 1일 차, 이번엔 좀 다를까?> 중에서
정신 차려보니 귀신에 홀린 듯 손가락이 제멋대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원래부터 글을 써왔던 사람처럼 말입니다. 신기했습니다. 제가 글을 쓰다니요. 그때 어쩌다 위와 같은 글을 쓰게 된 건지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미라클모닝이라 감회가 남달랐던 걸까요. 거실로 쏟아지는 푸른 달빛이 감성을 자극했겠지만 그것만으론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운명을 믿진 않지만, 아마도 전 글을 쓰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전 새벽마다 글을 썼습니다. 어떤 글을 쓸지는 저도 몰랐습니다. 단지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만 하면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다 '언제까지 써지나 한 번 보자'라고 생각하며 관찰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2년이 훌쩍 지난 오늘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당찬 포부에 비해 뭘 해야 할지 갈피도 잡지 못한 채 막무가내로 시작한 미라클모닝이었습니다. 비록 뚜렷한 계획은 없었어도 미라클모닝만큼은 습관으로 들여야 할 것 같았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미라클모닝만 한 자기계발 도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덕분에 32년 만에 좋아하는 일과 꿈을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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