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드라이브, 과수원에 피는 꽃, 배 슬러시
등굣길 드라이브
칙칙한 무채색 두꺼운 옷을 벗고 파스텔 톤의 가벼운 옷차림에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지는 시기. 꽃샘추위도 사라지는 4월 무렵이면 학교 가는 길이 설레었다. 안성까지는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3학년부터는 수원에 사는 복학생 오빠가 중고차를 구입해 카풀로 통학했다.
통행료를 아끼느라 우리들의 통학 루트는 병점을 거쳐 오산을 지나는 국도였다. 90년대 안성은 시내를 벗어나면 금세 시골 마을이 나타났다. 고층 아파트 대신 곳곳에 배와 거봉을 키우는 과수원이 많았다.
봄의 학교 가는 길은 공부하러 간다기보다 장거리 드라이브 가는 길 같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라보는 무미건조한 창밖 풍경과는 달리 국도에서는 전원의 계절감을 그대로 담을 수 있었다. 안성과 인근 평택은 배 산지로 유명한 만큼 봄의 과수원은 하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이다.
배꽃은 설탕물처럼 다디단 과즙을 품은 배와 다르게 달콤한 향을 풍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뽀얀 순백의 빛깔은 어느 꽃보다 최고였다.
과수원에 피는 꽃
이대원의 「배꽃」에는 가지마다 흰 꽃이 점점이 박혀있다. 대부분 꽃을 알알이 터진 팝콘에 비유하곤 한다. 문경에 사는 이모 덕분에 사과 과수원의 멋진 풍경을 볼 기회가 있다. 봄의 과수원에서 본 사과나무도 그랬다. 멀리서도 작은 꽃들이 무리를 이루어 피어 있어 눈에 확 들어온다. 그 덕에 팝콘이라는 비유가 생겨났나 보다.
나에게 사과꽃은 자두맛 사탕을 닮아있다. 분홍빛 몽우리에서 피기 시작해 점점 흰색으로 변해 가는 사과 꽃. 그 과정 중 섞여 있는 분홍빛 꽃잎은 어린 시절 하얀 바탕에 진한 핑크빛 줄무늬 하나가 있는 사탕처럼 다가왔다. 꽃이 풍기는 은은한 향은 마치 사탕이 전해 주는 달콤한 향기 같았다.
봄의 과수원이 팝콘이라면, 가을의 과수원은 보석상자 같다. 주렁주렁 알알이 영근 사과는 빨간 구슬처럼 반짝이고, 주머니 가득 담긴 보석같이 내 마음에 풍요로움을 준다. 찬 바람이 불고 추석이 지나면 이모 과수원에 바구니 가득 보석을 담으러 갈 것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머금은 단단한 구슬 한 알이 내 손에 담길 때의 기쁨, 그리고 이모의 땀방울도 함께 담겨있을 것이다.
배 슬러시
재료
배 1개 (잘 익은 것)
얼음 1컵
레몬즙 1큰술 (생략가능)
꿀 또는 올리고당 1큰술 (배의 단맛에 따라 조절)
만드는 법
1. 배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뒤 적당히 자른다.
2. 믹서에 배 + 얼음 + 레몬즙 + 꿀을 넣는다.
3. 곱게 갈아서 컵에 담으면 완성
4. 민트 잎, 얇게 썬 배 조각으로 장식
보너스 팁
배를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면 강판에 갈아 얼음 틀에 얼려 두자. 얼려 둔 배 얼음은 고기 재울 때 배즙 대신 유용하게 활용 가능 하다. 다진 마늘 얼려 쓰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