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함, 붉은색이 좋아, 조화와 분리
강렬함
마크 로스코의 그림 <Orange and Yellow>는 따뜻하면서 강렬하다. 진한 오렌지색은 나에게는 붉은색인 다홍빛으로 느껴진다. 빨강에 노랑기가 감도는 붉은색. 그 색을 보고 있노라니 이글거리는 불덩어리 같다. 그 불덩어리는 뜨거운 경계가 아니라 따뜻한 감싸 안음이다. 더욱이 테두리는 그 안에 따뜻한 기운을 담는 울타리 같다.
강렬함은 나에게는 선명해서 이미지로 기억이 된다. 그림을 보면서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불새’라는 드라마다. 주인공의 방에 걸려 있던 그림이 나에겐 붉은 강렬함으로 다가왔나 보다. 그 그림은 동양화가 양승예 작가의 작품으로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새가 그려져 있다. 제목처럼 불새다.
불새는 스스로 불에 타 재가 된 후, 그 재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영원히 사는 불사조라기보다 나에게는 고된 삶의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이고 싶다. 부족하지만 조금씩 배우며 다져지는 삶, 늦더라도 한 발씩 나아가는 삶 불새의 붉음은 현실 안주가 아닌 희망을 보는 미래다.
붉은색이 좋아
예전에 어른들은 나이가 드실수록 붉은 옷을 찾으시고, 칙칙한 무채색보다 따뜻한 원색을 선호하시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왜 저런 촌스러운 색을 좋아하는지 말이다. 나도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며 노화가 오니 어르신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며 망막과 수정체의 변화로 눈이 침침 해지며 녹색 계열은 더 어둡게 보이고, 빨강·주황 같은 색은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노화가 오면서 기운이 침체되어 쉬이 피로 해진다. 몸은 에너지를 북돋아 주는 활력의 색을 찾는 것이다. 또한 장수의 의미를 담은 색으로 인식되던 전통이 있었기에 노인은 장수의 맘을 품었으리라, 우리의 몸은 신비다. 변화 속에서도 균형을 지키려는 항상성이 작용하니 말이다.
조화와 분리
우리의 삶은 환경과 주변의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면 그러데이션 된 그림처럼 어울려지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특성을 고집하며 혼자만 살아간다면 분리가 되어 섞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음료다. 특히 칵테일. 칵테일은 밀도차로 층을 이루기도 하고,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맛있게 조화되기도 한다. 이것은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닮았다.
블루 아가베를 증류해서 만든 술 데낄라가 기본이 되는 칵테일 ‘데낄라 선라이즈’ 오렌지주스의 빛깔과 그레나딘 시럽의 붉은색이 일출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에 사용된 색감과도 비슷하고 이 칵테일은 밀도차를 이용한 층 분리다.
*Tequila Sunrise 레시피
재료 (1잔 기준)
테킬라 45ml (1.5oz)
오렌지 주스 90ml (3oz, 생과일 주스면 더 맛이 좋아요)
그레나딘 시럽 15ml (0.5oz)
얼음
(가니쉬) 장식용 오렌지 슬라이스, 체리
만드는 방법
1. 발이 있는 필스너잔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2. 테킬라를 먼저 붓고, 그 위에 오렌지 주스를 부드럽게 따라줍니다.
3. 롱스푼으로 저어주고, 롱스푼을 이용해 글라스 벽을 따라 그레나딘 시럽을 천천히 흘려 넣으면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그러데이션이 생긴다. 그러데이션이 사라지며 시럽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저어주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선라이즈" 색감이 살아있다.
오렌지 슬라이스나 체리를 올려 장식하면 완성(없어도 무방)
또한 혼합에 의해 맛있게 조화를 이루는 칵테일도 있다.
*Sea Breeze 레시피
재료(1잔 분량)
보드카 45ml (1.5oz)
자몽 주스 60ml (2oz, 생과일 주스면 더 좋음)
크랜베리 주스 30ml (1oz)
얼음
(가니쉬) 라임 웨지
만드는 방법
1.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채워요.
2. 보드카 → 자몽 주스 → 크랜베리 주스를 넣고 가볍게 저어줍니다.
색이 자연스럽게 섞여 부드러운 분홍빛–살구빛 컬러가 완성됩니다.
장식으로 라임 웨지(없어도 무방)를 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