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 부엉새의 시간, 달콤한 간식
나를 위한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로 채우는 시간이라면 언제일까? 하루를 마무리하는 주방 퇴근 시간이 아닐까 한다. 한동안은 야간 운동까지 마치고 씻고 한숨 고르면 밤 11시 무렵이었다. 그 시간이어야만 세상은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온전히 나를 위해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낮에는 시간의 여유가 있더라도 마음이 분주해 집중이 어렵다.
박래현의 그림엔 고요의 시간이 느껴진다. 회색빛 나무 기둥 위 잿빛 날개를 단 부엉이는 부리부리 눈을 뜨고 내가 있는 세상을 응시한다. 1950년대의 그림이지만 촌스럽지 않다. 다양한 색이 아닌 절제된 색에서 부엉이의 힘 있는 눈빛에서 현대적 세련미를 느낀다. 작가가 운보 김기창의 아내인 것을 알고 난 후 그림에 다양한 생각들이 복잡하게 다가온다.
그 시절, 한 여성이 ‘화가’로 살아가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버거웠을 것이다. 청각 장애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신랑의 귀와 수족이 되어 줘야 했고, 어린 자식들을 돌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한밤의 자투리 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지켰다. 일과를 다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꺼내는 여자의 자화상이다.
부엉새의 시간
따져보면 나도 한밤중 나를 꺼내 내는 올빼미족의 한 사람이다. 일과를 완전히 마친 방해받지 않는 늦은 밤을 사랑한다. 자정을 지나 새벽으로 건너가는 세상이 멈춘 듯한 시간. 새벽녘의 시간은 고되고 피곤하지만 동시에 정신은 한없이 맑아진다. 마치 나의 세상이 박래현의 세상 인양.
여자로서의 삶은 표 안 나는 고된 노동이다. 가사노동과 육아 마무리 후 짧은 고요의 시간은 짜증과 피로로 이어지는 날도 있었겠지만, 작가는 이러한 감정들을 절제하며 붓에 담았다. 헌신과 열정의 열매를 맺는 올빼미족의 시간이 부엉이의 눈빛으로 살아난다.
완숙한 인격체가 된다는 건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시간이 쌓이는 것이다.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시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신을 빚어가는 시간이다.
달콤한 간식
그 고단한 시간의 끝을 달래 줄 음식 선물. 박래현에게 주고 싶은 음식 선물이 있다. 간단하지만 달콤하고, 따뜻한 위로 같은 음식. 기름에 지져낸 고소한 반죽 안에 흑설탕이 꿀처럼 녹아 흐르는 호떡이다.
늦은 퇴근길, 호떡 포장마차의 기름 냄새에 이끌렸던 그 밤의 마법처럼, 지친 하루를 달래 줄 달콤함. 박래현의 부엉새에게도 달콤한 한 입을 건네주고 싶다.
초간단 꿀호떡 레시피 (호떡 믹스 활용)
반죽 재료
시판 호떡 믹스 (프리믹스) 1봉
이스트 (믹스 내 포함) 1개
따뜻한 물 종이컵 1컵 (180~200ml)
속 재료
호떡 잼 믹스 (믹스 내 포함) 1개
다진 견과류 (땅콩, 호두, 아몬드, 해바라기씨, 호박씨등)
계핏가루 약간
기타
식용유 또는 버터 넉넉히
호떡 누르미 (없으면 넓적한 뒤집개)
만드는 법
1. 반죽 준비
종이컵으로 뜨거운 물 ⅓과 찬물⅔ 섞어 (40~45°C)의 물을 준비하여 이스트 풀기 (뜨거우면 이스트가 죽고, 차가우면 발효가 잘 안 됨)
반죽 섞기: 프리 믹스 + 따뜻한 이스트 물 1컵 반죽한 후 랩을 씌워 따뜻한 곳에 잠시 둔다.
2. 속 재료 준비
호떡 잼 믹스에 다진 견과류와 계핏가루를계핏가루는 섞어 속 재료를 준비한다. (견과류와 계피가루는 선택 사항)
3. 호떡 성형 (빚기)
반죽이 달라붙지 않도록 손에 식용유를 약간 바르고 덩어리 반죽을 8개로 나눔
반죽을 손바닥 위에 넓게 펴고 속 넣고 오므리기 (반죽을 잡아당겨 끝부분을 단단히 꼬집어 오므려 터지지 않도록 한다.)
4. 굽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중∙약불로 달군다. 호떡의 오므린 부분이 바닥으로 향하도록 팬에 올린다. 밑면이 노릇해지면 뒤집고, 호떡 누르미를 이용해 지그시 눌러 납작하게 만든다. (누를 때 너무 세게 누르면 터질 수 있으니 주의)
불을 약불로 조절하고, 앞뒤로 여러 번 뒤집어 가며 설탕이 완전히 녹고 겉면이 황금빛 갈색이 될 때까지 구워준다.
약불 유지: 센 불에 구우면 겉은 타는데 속의 설탕은 녹지 않을 수 있으므로, 약불에서 은은하게 오래 굽는 것이 좋다.
버터 풍미: 식용유 대신 버터를 약간 둘러 구우면 고소한 풍미가 훨씬 살아나 고급스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꿀 호떡 팬케이크: 구운 호떡을 놓고 좋아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이나 휘핑한 생크림과 함께 과일 토핑을 하면 팬케이크로 변신한다. 또는 호떡 위에 버터 조각을 잘라 올리고 메이플 시럽을 뿌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