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장식, 술과 과일, 브리오슈
그림 가운데 큼직하게 보이는 빵의 이름, 샤르댕의 정물화 제목인 <브리오슈>다. 내가 좋아하는 빵 가운데 한 종류이기도 하다. 샤르댕의 그림 속 브리오슈는 마치 고목나무 그루터기에 핀 꽃처럼 보인다. 남자가 빵 위에 꽃을 꽂고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이 꽤 감각 있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는 일상 속 평범함의 품격을 한 층 높였다. 그 시대에 브리오슈는 고급 빵에 속했다. 내가 이 그림을 선택하면서 요소요소에 부유함의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과시함으로 드러내지 않고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정직한 일상의 온기를 그려낸 것이 좋았다
화려함이 판치는 대세를 좇지 않고,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다. ‘프랑스의 박수근’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의 그림엔 소박함과 일상의 평온함을 담고 있어 맘이 편안하다.
꽃장식
빵에 꽂힌 꽃은 오렌지 꽃이라고 한다. 나는 오렌지 꽃을 본 적 없으나 제주의 귤꽃과 닮아있다. 같은 감귤류여서 모양도 향도 비슷할 것 같다. 평범함에 작은 포인트 하나로 품격을 높인 브리오슈를 보고 나의 일상 속 ‘작은 장식’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꽃장식으로 포인트를 줄 때가 많다. 밋밋한 하얀 바탕의 콩국수에 동동 띄운 식용 꽃 하나가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한다. 켄트지를 오리고 말린 꽃을 붙여서 엽서 대용이나 선물 태그로 쓰기도 한다. 특별한 날 평범한 케이크나 컵케이크에 생화를 올려 특별함으로 바꾸는 일, 선물 포장에 리본을 묶은 후 유칼립투스 잎 한줄기를 넣으면 향기까지 선물하게 된다. 이 가을이라면 소국이 제격이다.
선물과 함께 전달된 향기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그 향이 날 때마다 선물이 떠 오르고, 선물을 볼 때마다 향기가 느껴지는 착각이 인다. 작은 포인트가 상대에게 큰 감동으로 전해질 때 사소함은 추억이 된다.
술과 과일
데캔터에 담긴 술은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흔한 와인일 것 같으나 빛깔이나 투명도로 보아 브랜디이거나 리큐르가 아닐까 추측한다.
과일을 발효, 증류해 오크통에서 숙성한 술을 우리는 브랜디라 부른다. 그중에서도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는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샤랑트 지방의 코냑(Cognac), 가스코뉴 지방의 아르마냑(Armagnac)이 대표적이다. 사과주인 시드르를 증류하면 깔바도스, 체리를 증류하면 키르슈가 된다. 브랜디는 오크통에서 숙성과정을 거치며 그림처럼 호박빛을 띠고 향을 머금는다. 시간이 만들어낸 부드러움, 기다림이 선물한 풍미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체리로 만든 키르슈는 물처럼 투명하다는 것이다.
맛을 보지 않아 더 정확히 짚지는 못하겠으나 리큐르는 증류주나 주정을 베이스로 하여 향과 당분을 넣어 만든 혼성주이다. 대표적인 술이 커피 향과 색이 나는 깔루아, 오렌지향이 나는 쿠앵트로, 코코넛향의 말리부가 있다. 베이킹이나 칵테일에 자주 쓰이지만, 그 본질은 ‘향을 우려낸 술’이다.
복숭아와 체리는 여름의 대표 과일이다. 풍요로운 계절은 가을이겠으나 과일로만 풍요로운 계절 순위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여름이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과일들이 많이 나는 계절이다. 가장 좋아하는 블루베리와 체리, 단 과즙과 가운데 씨앗 한 알을 품은 복숭아와 자두, 알알이 따먹는 재미의 포도까지.
샤르댕의 그림에 두 알의 복숭아와 세 알의 체리는 날 여름으로 이끈다.
브리오슈
브리오슈를 알게 된 것은 제빵을 배우면서였다. 버터와 달걀이 듬뿍 들어가는 부드러운 빵이다. 여름이란 계절에 브리오슈란 빵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시험에는 꽃 모양처럼 주름이 있는 브리오슈 틀에 반죽을 넣고 그 위에 작은 반죽을 둥글려 올려 오뚝이처럼 봉긋 솟아야 하는 제품이다.
버터는 날이 더우면 물성이 부드러워진다. 반죽은 발효과정을 거치며 팽창을 한다, 팽창을 하면서 반죽은 힘이 없어지는데 그 위에 반죽을 받쳐야 하고 물성이 흐물거려진 버터도 반죽을 지탱하기 힘들다.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모양이 온전하더라도 오븐 안에서 오븐 스프링이 일어나며 위에 얹어진 반죽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버터와 계란이 듬뿍 들어간 만큼 부드럽고 촉촉해서 맛은 늘 보장이다.
기본 브리오슈
재료
강력분 250g
드라이이스트 6g (약 2작은술)
우유 100ml (미지근하게, 35~40℃)
달걀 80g
설탕 45g
소금 5g
버터 125g (얇게 잘라 냉동)
달걀노른자(광택용) 1개
만드는 법
① 이스트 활성화
우유(겨울이면 따뜻하게, 여름이면 시원하게)에 설탕 1작은술과 이스트를 섞고
10분 정도 두어 이스트를 활성화시킨다.
② 반죽 만들기
볼에 버터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는다.
(반죽기가 있다면 저속으로 2~3분 → 중속으로 5분 정도 믹싱)
차가운 버터를 3회 나누어 넣으며 계속 반죽합니다.
→ 반죽이 윤기 있고 손에 살짝 끈적할 정도로 완성.(버터가 많이 들어가 반죽 시간이 오래 걸린다)
향긋한 브리오슈 오랑쥬를 만들고자 하면 이 과정에 오렌지 콩피(과일이나 껍질을 설탕 시럽에 담가 서서히 끓여 조리고, 설탕으로 코팅하여 보존성을 높이는 방법)를 넣는다.
③ 1차 발효
반죽을 둥글게 만들어 볼에 넣고 랩을 씌워
따뜻한 곳(27~30℃)에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둔다.
→ 부피가 약 2배로 부풀면 OK.
④ 냉장 휴지
반죽을 살짝 눌러 가스를 뺀 뒤, 비닐이나 랩을 덮고 냉장고에서 최소 4시간~하루 숙성.
→ 이 단계가 브리오슈의 풍미를 깊게 만든다.
⑤ 모양 만들기
반죽을 꺼내 40g 분할 후 (32g과 8g으로 나눠 둥글리기)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아래 큰 반죽 위에 작은 반죽 올려 오뚝이 모양으로 만든다. 틀(브리오슈 틀)에 넣는다.
(전통형: 아래 큰 공 + 위에 작은 공 하나 올리기 = 브리오슈 아 테트)
⑥ 2차 발효
따뜻한 곳에서 다시 1시간 정도 → 부풀어 오르면
윗면에 달걀노른자를 살짝 발라 광택을 줍니다.
브리오슈 수크레로 만들고자 하면 달걀노른자를 바른 후 펄 슈가를 올린다.
⑦ 굽기
예열한 오븐 180℃에서 20~25분 구워요.
윗면이 황금빛 갈색이 나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