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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파스타와 위로

여름날의 절규, 불안을 안정시키는 음식의 힘, 한국의 맛은 세계의 맛

by cantata


뭉크의 절규.jfif 에드바르 뭉크_ 절규(The Scream)_1893

여름날의 절규

올여름은 일부러 바쁘게 지내려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배우고 자격증을 따는 것이었다. 학원에 등록했다. 러시아에 갈 무렵부터 시작되었던 나의 마음의 불편함이 해결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해결된 듯했으나, 나의 마음의 상태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을 떨쳐내려 원초적인 방법으로 몸을 고되게 하는 길을 택했다. 시간에 쫓기면 다른 감정을 느끼기가 어렵다. 또한 나의 에너지를 불필요한 감정소비에 쓰고 싶지 않아서였다.


바리스타를 알아보았다. 국내 바리스타가 아닌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국제바리스타 과정이었다. 바리스타 스킬 1, 2 과정을 등록했다.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반의 수업 후 시험을 치르는 일정이었다.


스킬 1은 분쇄도를 맞추고 커피를 채널링 없이 추출하여 카푸치노를 제조한다. 스킬 2는 분쇄도를 맞춘 후 추출한 샷을 마시며 어떤 커피가 나왔는지 감독관과 커핑 테스트를 한다. 테스트 후에는 다시 샷을 추출하고 라테아트를 완성해야 하는 시험이다. 라테 위에 대칭이 맞는 결 하트를 만들어야 했다. 컵의 3분의 2를 채우는 선명한 하트 말이다.


하지만 내 하트는 늘 어딘가 부족했다. 손목의 힘을 빼고 피처를 살살 흔들라는 선생님의 조언에도 나는 늘 그 힘을 빼지 못하고 있었고, 컵을 기울이는 타이밍이 어긋나면 우유는 쏟아지고, 하트는 번져 사라졌다.


시험 날,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이번만은 제발.’ 하지만 불안은 손끝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유는 거품을 만들기도 전에 뜨겁게 데워졌다. 하트는커녕 우유 거품이 커피 위로 떠야 하는데 커피와 뒤섞이며 소용돌이쳤다. 그때 나는 속으로 처절히 외쳤다. “이러면 안 돼!”

그렇게 스킬 2 자격증은 멀어져 갔다.


재응시를 해야 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결 하트를 완벽히 그릴 자신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끝의 감은 굳어버렸지만, 포기한 건 아니다. 충분한 연습으로 다시 시도할 순간의 용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불안을 안정시키는 음식의 힘

요즘 나는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 빠져 있다. 역사의 폭군으로 기억되는 연산군 시대가 배경이다. 극 중 왕의 이름은 이헌. 그는 어릴 적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불안과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알고 분노에 휩싸인 인물로 등장한다.


뭉크도 연산군도 모두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었다. 뭉크는 캔버스 위에 왜곡된 곡선으로 표현하며 불안을 표현했고, 연산의 불안은 칼과 피로 물들인 광기로 드러냈다.



제목만 들어도 뻔한 이야기다. 현대의 셰프가 과거로 타임 슬립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헌 곁에는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맛으로 치유해 주는 셰프, 연지영이 있다. 그녀가 이헌에게 건넨 음식 중 하나가 된장 파스타였다.


된장 파스타는 연지영에게는 아빠의 손맛이 담긴 그리움의 음식이고, 이헌에게는 어머니를 추억하는 음식이 된다. 된장 특유의 구수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만나 만들어 낸 위로의 맛이다. 면을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수저에 올려 이헌의 입에 넣어주는 그 순간은 어머니의 품이 그리운 한 인간의 절규가 잠시 멈추는 장면이자 왕을 눈물짓게 하는 장면이다.


한국의 맛은 세계의 맛

K드라마의 인기로 한국 음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파스타는 서양요리지만 여기에 한국의 재료인 된장이 더해져서 한국의 맛을 입힌 요리로 재탄생한 요리를 불안함을 안고 살았던 뭉크에게 전해주고 싶다.


된장 파스타 레시피

재료 (2인분 기준)

파스타 면(스파게티 혹은 메밀 파스타) 약 180 g

올리브 오일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양파 ¼개 (얇게 채 썬다)

버섯 3~4개 (양송이·느타리 등)

된장 2큰술 (기호에 따라 +0.5큰술)

생크림 100 ml

면수 또는 조개육수 100 ml 정도

시금치·바질 페스토 약간 (마무리용)

파마산 치즈

소금·후추 적당히


조리 순서

1. 면 삶기: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면을 알덴테(살짝 심이 남게)로 삶고, 면수 1컵 정도 남겨둔다. 조개육수를 쓸 것이라면 미리 해감해둔 조개를 끓여 체에 거른다.

2. 팬에 올리브 오일 두르고 다진 마늘과 양파를 약불에서 볶아 향을 낸다.

3. 버섯을 볶는다.

4. 된장을 넣고 잘 풀면서 볶는다. 된장의 짠맛이 강할 수 있으니 양 조절을 한다.

5. 생크림과 면수 또는 육수를 넣고 부드럽게 섞어 소스를 만든다. 농도가 너무 되면 면수를 더 추가한다.

6. 삶은 면을 팬으로 옮겨 소스와 잘 섞는다. 후추나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7. 접시에 담고, 시금치·바질 페스토를 위에 얹거나 옆에 조금 곁들인다. 파마산 치즈를 그라인더를 이용해 뿌리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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