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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사회학 [칼럼]

by 하늘나루

필자는 중국어를 전공 중이다. 따라서 사회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언어 자체가 사회적 활동의 산물이기에 언어 공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학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어의 기본인 한자만 해도 그렇다. 원래 사회학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이 없었으나 사(死)가 하층민의 죽음을 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펜을 잡게 되었다.

sdfsl.png Source: Naver Dictionary

이상은 '사회학'이 가진 본래 의미다. 한자는 원래 그림이었고, 그런 한자로 이루어진 '사회학'이란 단어도 당연히 그림으로 되돌릴 수 있다. 저것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제삿집에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사'는 신을 모시는 곳, '회'는 음식 항아리, '학'은 모여 배우는 집을 뜻한다. 맛난 음식으로 사람이 모여드는 원리를 배우는 것이 사회학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 '음식'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따라 사회 이론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제 정의를 알았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


아래 두 글자는 모두 "죽었다"를 의미했던 사(死)와 붕(崩)이다. 사실 죽을 사(死)는 하층민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붕(崩)은 임금의 죽음을, 훙(薨)은 임금보다는 낮은 귀족의 죽음을 뜻한다. 즉, 계층에 따라 쓰는 한자가 달랐다는 것. 이는 오늘날에도 부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유명 인사가 죽으면 '서거', 일반 사람이 죽으면 '사망'이 아니던가? 물론 근래에는 의미가 희석되어 다른 글자들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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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너무 무거운 이야기인가? 그럼 아래 글자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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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자들도 모두 다른 대상을 지칭한다. 모두 타인(他人)할 적의 타(他)이지만 조금 다르다. 여자 녀(女)가 들어간 타(她)는 '그녀', 타(牠)는 타(它)의 이체자로 '물건'을 가리킬 적에 쓴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세 번째에 있는 글자이다. 이건 신을 가리키는 3인칭 용어다. "그"나 "그녀"에 해당하는 대상이 신일 때 사용한다. 한국어는 물론 영어에도 이러한 용어가 없기에 독특하다. 아마도 신의 위상이 높던 고대부터 내려오는 글자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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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자는 연애(戀愛)다. 그런데 연과 애는 사실 다른 사랑을 의미한다. 애(愛)는 조금 더 넓은 사랑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고향에 대한 사랑, 심지어 먹을 것에 대한 사랑도 애(愛)를 쓸 수 있다.


반면 연(戀)은 생각으로 마음이 가득 찬 상황을 그린 것으로, 계속 생각이 떠올라 잠시도 멈출 수 없는 모습을 그렸다. 이성에 대한 사랑을 특별히 지칭하는 글자인 것이다. 고로 '연애'는 '가족애'나 '박애'처럼 연(戀)이라는 특수한 사랑에 '-애'가 붙은 형태다. 그래서 '연'이 '애'보다 앞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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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도 있다. 정은 사랑까지는 아니나, 그렇다고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도 하기 애매한 상태다. 따라사 굉장히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애착은 아니지만 단순한 호기심도 아닐 때 정(情)을 쓴다. 마음 심(心)에 푸른 청(靑)이 결합한 정은 순수한 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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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떼어 놓을 수 없는 법(法). 법이라는 글자는 전설의 동물 해치가 나쁜 사람을 강에 빠뜨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글자 자체로 처벌의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해치는 서울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채택된 동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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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같은 한자인데 다른 대상을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위 글자 중 왼쪽은 용(龍)의 신자체, 오른쪽은 구형 한자이므로 자체가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같은 글자다. 그러나 일본의 향 간에서는 둘을 구별하는 것 같다. 왼쪽의 글자는 서양의 드래건, 오른쪽 글자는 뱀처럼 생긴 동양의 용을 뜻한다고 말이다. 이것은 매우 특이한 형태로 그 뜻이 변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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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성씨인 강(姜)이다. 필자는 이것이 무언가 사연이 있는 글자라고 본다. 한자는 혐오의 혐(嫌)이나 방해의 방(妨)에서 볼 수 있듯이 여자(女)가 들어간 글자들이 부정적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글자는 그 시대보다 훨씬 앞선, 까마득한 고대의 글자라고 본다. 여(女) 자가 들어간 것을 성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것 자체는 흥미로운 것이 아니지만 위의 양(羊) 부분이 모자 장식이라고 본다면, 이것은 특정한 여성 그 자체를 상징으로 삼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먼 옛날 한 부족의 이름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강(姜)이 가리키고 있는 인물은 무언가 시조가 되는 인물이나 신(神)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시대와 배경을 감안하여 저 글자를 그대로 뜯어본다면 아래와 닮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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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원령공주"에 나오는 주인공, 산이다. 위에 양의 가죽을 쓴 모습과 원시적인 복장이 더해진 조합이 강(姜)과 가장 흡사하다. 또한 한 부족을 다스려야 했기에 비교적 강인하고 용감한 모습이어야 했을 것이다. 만약 한 부족의 상징으로 삼을 만한 글자였다면 저 정도는 되었으리라고 본다. 소설의 소재로 쓸 만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글자 같은데, 별달리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가 없어 아쉽기는 하다.


이상으로 사회학과 한자에 대해 다루어 보았다. 사실 뒤로 갈수록 사회학과 관련이 없어지는 것 같지만, 사회학이란 것이 문화와 역사 또한 다루기에 문제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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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학과가 폐과되며 "사회학과 장례식"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사회학과가 폐과될 정도면 필자의 중문과는 개설조차 안 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유감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사회학과는 문학, 철학, 사학과 함께 문과를 지탱하는 커다란 기둥이므로 함부로 떠나보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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