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그 맛
들어가기에 앞서, 오늘 사고로 세상을 떠나신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합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도 달랠 수 없겠지만 부디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덮밥. 덮밥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폭신한 장어덮밥이나 소고기 덮밥, 돈가스 덮밥, 연어 덮밥, 계란덮밥 등 별별 덮밥이 다 떠오른다. 맛과 향도 가지 각색이다. 어떤 덮밥은 순수하게 재료만으로 승부하고, 다른 건 재료보다는 소스에서 맛이 우러나는 종류도 있다. 전자는 일본식 회덮밥, 후자는 마파두부덮밥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궁금한 건 일본식 회덮밥이다. 아직 먹어본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 보면 온갖 종류의 신선한 회가 밥 위에 먹음직스럽게 올라간 것이 저절로 입맛을 나게 한다. 한국식 회덮밥은 소스와 야채가 올라가 마치 샐러드 같은 느낌도 들지만 일본은 오로지 회와 밥뿐이다. 양념은 따로 없고 가끔 간장과 고추냉이를 뿌려 먹을 뿐이다. 오로지 식감과 밥으로만 맛을 내는 일본식 회덮밥, 참 독특하다.
그런가 하면 모든 것이 소스로 완성되는 마파두부 덮밥도 있다. 마파두부 덮밥은 이미 소스와 두부가 어울린 상태라 이미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마파두부를 밥에 얹는 순간, 매콤한 고추기름과 양념이 그릇 아래까지 내려가 순식간에 밥이 완성된다. 한 입 먹으면 고소한 두부와 고슬고슬한 밥이 어우러지는 하모니 그 자체.
여기에는 장어덮밥도 지지 않는다. 사실 장어덮밥의 8할은 양념이다. 언젠가 그냥 장어에서도 비슷한 맛이 날 줄 알고 사 먹었는데, 바삭한 맛은커녕 오히려 느끼했다. 그래서 그냥 구우면 장어덮밥이나 초밥에서 나는 특유의 감칠맛이 없는 것이다. 장어 소스는 무엇으로 만든 걸까? 간장 계열인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간장 계열'. 간장의 맛은 깊숙한 곳에 있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재료들이 특유의 맛을 완성한다.
이 분야의 최종은 '카레'. 카레도 엄밀히 말하면 밥에 소스를 얹어 먹는 덮밥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 입 먹으면 향신료와 도무지 알 수 없는 맛들이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변형도 많다. 카레가락국수, 카레 돈가스, 카레덮밥, 심지어 카레 음료에 카레 아이스크림까지 있으니. 만약 밥을 다 먹고도 카레가 당긴다면, 카레 아이스크림으로 후식을 대신하는 것도 좋겠다.
늘 나를 유혹하는 덮밥. 언제나 먹어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