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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반려동물이 죽다 (중)
분홍색과 흰색꽃을 사달라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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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 컴플렉스 착한 아빠 컴플렉스
Nov 6. 2024
다음날 새벽.
눈을 뜨자마자 아이방에 있는 어항을 확인했다.
점박이는 움직임이 없었다.
죽었다. 라고 말해야겠지만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평일 아침이다.
학교를 못 갈 정도로 엉엉 울면 어쩌지?
펫로스 증후군 어쩌지?
온갖 생각으로 복잡한 새벽이었다.
아이는 생각보다 담담하게 일어났다.
어항 속 움직이지 않는 점박이를 보곤 "살아있을 수도 있어. 아직 모르는 거야"라며 학교 갈 채비를 했다.
평소보다 차분한 아이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더욱 가슴 아팠다.
"다녀오겠습니다!"
아내도 나도 평소보다 더 살갑게 신발장에서 아이와 인사했다.
그리고 이어진 작전 회의.
"어쩌지? 어젯밤에 걱정되어서 잠도 못 잤어"
"
이따 학교 갔다 오면, 점박이 죽었다고 말해주고 장례식 잘 치러주자고 하자"
죽은 지 십 수 시간은 지났을 점박이를 차마 물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점박이는 물속에서 살아있는 거다.
이게 뭐라고 회사에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따 다이소에서 예쁜 종이 상자를 사서 점박이를 넣어 아파트 뒷산에 묻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아이가 원하는 이별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다.
어떤 형식이 됐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이가 온라인에서 조언했듯이) 잘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하필 퇴근이 늦은 날이었다.
저녁 8시쯤 사무실을 나설 때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
"오빠, 아윤이가 화분에다가 넣고 예쁜 꽃 심어주자고 하네. 잠깐만. 바꿔줄게 직접 통화해 봐."
"응, 아윤아, 아빠야."
"응, 아빠."
목소리가 잔뜩 잠겼지만 울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빠, 흰색꽃이랑 분홍색꽃으로 사다 주세요. 점박이 색깔처럼."
"응, 알았어. 그렇게 해서 장례식 잘 치러주자."
회사 근처에 밤 10시까지 여는 꽃집이 있었다.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하니 사장님은 추운 날씨에 노지에서도 잘 큰다는 국화꽃을 추천해 주셨다.
"요즘 반려동물 죽으면 화분에 많이들 묻어주시더라고요. 애기 잘 위로해 주세요."
꽃을 사고 보니 정말 어항 속으로 보았던 점박이의 몸 색깔 같은 흰색과 분홍색이다.
진지한 장례식이고 싶어, 굳이
다이소 들러 흰 장갑까지 사서 집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 신문지를 깔고,
몸이 굳은, 그러나 평소 보아왔던 대로 참깨 같은 눈을 그대로 뜨고 있는 점박이를 건져냈다.
아윤이도 엄마도 함께 예쁜 무덤을 만들었다.
예쁜 국화 화분을 만들었다.
아이의 표정이 조금은 나아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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