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이의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 먼저
11월 초 낮에는 점퍼를 입지 않아도 온전히 날씨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소중한 주말.
오랜만에 파주 임진각에 갔다.
몇 년 전 첫째가 지금 둘째만 할 때 큰맘 먹고 산 5만 원짜리 대형 독수리연을 들고.
"아빠! 우리도 케이블카 타고 민간인통제구역에 가요~"라는
다소 황당한 광고 문구에 이끌려 무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케이블카도 타고,
신나게 연도 날렸다.
얼레에 실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멀리 뻗어나간 연 덕분에 아빠의 체면도 섰다.
임진각 답게 '평화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놀이공원에서 바이킹도 회전목마도 탔다.
일요일치고는 무리해서 저녁 8시 무렵 집에 돌아왔다.
일요일이 그렇게 마무리되는가 싶었지만 아이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충격적인 순간이 시작됐다.
자기 방에 들어간 첫째가 "아빠! 아빠!" 하고 소리를 질렀다.
분명 이 정도의 외침은 몇 개월 전 아이가 테이블 모서리에 크게 부딪혀
뼈가 보일 정도로 이마가 찢어졌을 때,
아무튼 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다.
"아빠! 점박이가 죽었나 봐. 아빠! 어떡해!"
점박이.
멕시코에 서식하는 아홀로틀.
흔히 우파루파라고 부르는 귀여운 수중 생명체.
아이는 1년 반 전,
귀여운 이 녀석을 입양해 왔고,
참깨처럼 얼굴에 박혀있는 두 눈을 보고 '점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매일 살갑게 챙긴 것도 아니고,
물을 갈아주는 것도 결국 부모의 몫이었지만,
이따금씩 아이는 커다란 어항 속 점박이를 바라보며
오늘은 어땠고, 너는 얼마나 귀여운지, 말을 걸곤 했다.
죽은 생선도 맨 손으로 못 만지는 아빠 입장에서
죽어가는 귀여운 수중생명체를 보는 게 쉽지 않았다.
얼른 물을 갈아주고, 먹이를 줬고, 조금은 움직인다.
그러나 분명 아이에게 안심하라고 말할 정도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얼마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다.
"아빠, 동물병원 연락해 봐! 특수동물병원 있어"
일요일 밤, 그것도 흔한 개와 고양이가 아닌 아홀로틀을 봐줄 동물병원은 없었다.
"일단 지금 다시 좀 움직이니까 자고 일어나서 내일 보자"
애써 아이를 재우고, 아빠 경력 9년 동안 처음 겪어보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검색했다.
검색어: 반려동물, 죽음, 아이에게
역시나 비슷한 당황스러움 앞에 부모들이 허겁지겁 써 올린 질문들이 온라인에 적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반려동물의 죽음 때문에 아이가 정신적,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고,
이걸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한단다.
아이의 비명소리가 귓가에 아직 생생한데,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단어를 접하니 불안하고 초조하다.
한 정신건강전문의의 조언을 요약하면 이랬다.
'무지개다리 건넜다'는 식의 애매한 표현보다, '죽었다'라는 명확한 표현으로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충분히 슬퍼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며, 제대로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 좋다.
다만, 그 슬픔이 오래 지속되고 장기간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펫로스는 분명 힘든 경험이지만, 이를 통해 아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아니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