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논리_해변 놀이

아빠가 또 하나 배운다

추석 연휴 전 시간 내 가족여행으로 간 제주.

곽지해수욕장이 그렇게 좋다던데.

역시는 역시다.

9월 늦더위에 시큰둥하던 아이들도

맑디 맑은 바닷물과 설탕 같은 모래사장에 바로 미소.


작은 아이는 곧바로 모래놀이를 시작한다.

파도가 치는 끝과 모래사장의 시작점 그 회색지점에 자리를 잡고서.


"여기에 모래로 케이크 만들 거야. 모래 쌓을 거야"


여기서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아니 할 필요도 없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파도 치면 다 없어지잖아. 좀 더 뒤로 올라와서 하지?"


못 들었는지, 들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지

주변 모래를 살뜰히 말아 올리는 아이.

그러다 쨉 같은 작은 파도가 끝나고 훅 같은 큰 파도가 치자 아이의 모래케이크는 사라졌다.


"아빠 말이 맞잖아. 거봐. 위로 올라와서 해"


그때 까르르 웃는 아이.

"아빠, 파도가 케이크 먹었어. 콱 집어삼켰어"


그때 깨달았다.

아이의 놀이에 내 논리를 갖다 대지 말아야 한다고.


아이가 모래케이크를 만들려는 위치가 과연 적절한지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보고서 작성, 이사회 의결 이런 거 할거 아니면 그냥 입 다물고 아이가 충분히 안전하게 즐길 수만 있게 하면 된다는 걸.


아이에겐 모래케이크가 목적이 아니라

그저 바닷가의 모든 움직임을 오롯이 느끼는 게

그게 그냥 다 재미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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