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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Aug 27. 2022

카페를 찾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페를요


이번 여름은 에어컨을 아끼지 않고 틀었다. 더위에 지쳐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시원하게 지내다 전기요금을 낼 때 스트레스를 받기로 선택했다. 내게 여름은 아직도 적응인 안 되는 것 중 하나다. 차라리 추운 게 낫다.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잘 때 내 팔이 몸에 닿는 것도, 허벅지와 허벅지가 닿는 것도 뜨거워서 참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100년 만의 폭우가 내린 뒤로 자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잠잠해졌다. 여름이 떠날 채비를 하니 가을이 문 앞에 서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제야 저녁 공기가 서늘해져 산책하기 조금은 괜찮은 날씨가 됐지만 불과 몇 주일 전까지만 해도 여름은 내게 온갖 끈적거림과 무기력감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름엔 유독 아이스커피를 많이 찾았다. 밖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디자인 일을 하면서도 마치 직장인들이 점심 먹고 카페를 들르는 것처럼 매일 카페에 갔다. 가지 못하면 집에서라도 커피를 찾았다. 냉동실 얼음은 떨어지지 않게 늘 물을 채워 넣었다. 얼음이 많아야 안심이 된다.


블루보틀 광화문점


그렇게 카페를 찾고 아이스커피를 먹다 보니 카페들의 장단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커피는 맛있는데 직원이 퉁명스러운 카페, 직원은 친절한데 커피는 그저 그런 카페, 인테리어는 좋은데 편하지 않은 카페, 커피는 맛있는데 심심한 카페. 어디 완벽한 곳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좋은 카페를 찾는 것은 본능이리라. 커피를 먹으러 가는 것 자체가 위로요, 쉼이니 조금이라도 만족하는 곳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 가는 카페를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일단 간판 이름부터 본다. 그리고 간판 스타일을 보고 건물의 외관 또는 입구 익스테리어를 본다. 조명을 보고 분위기를 본다. 이 정도 보고 맘에 들어야 비로소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여기까지 합격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커피 맛만큼 중요한 직원의 서비스가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메뉴를 고르고 주문을 한다. 늘 주고받는 기본적인 대화지만 거기서 카페의 공기가 결정된다. 말 한마디, 표정, 태도, 옷차림이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어쩌면 직원의 태도로 커피 맛이 +10점은 더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직원은 카페에서 무시 못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기본 교육을 받고 응대 매뉴얼이 일정 수준 이상이기 때문에 무난한 편이지만 개인 카페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친절하거나 너무 불친절하거나 무심하거나 퉁명스럽거나 쾌활하거나 우울하거나 정신없거나. 다양하다. 또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들이 여러 명이면 그중에서도 친절한 직원, 불친절한 직원으로 나뉘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러 가지만 결국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게 카페고 바로 카페의 시작이기도 하다.


블루보틀 광화문점


커피맛이야 말해 뭣하랴. 맛있으면 좋다. 개인적으로 적당한 바디감, 부드럽고 향긋한 산미의 원두를 선호한다. 그래도 예전보다 내 기준에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카페가 많이 생겼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찌 다 맛이 좋겠는가. 로스팅이 좋지 않은 카페, 원두 자체가 좋지 않은 카페, 드립 기술이 부족한 카페, 재료를 넣다 만 것 같은 카페 등. 다양한 카페만큼 맛도 다양하다.


이렇게 카페를 열심히 다녔는데 돌아보니 모든 것을 만족하는 카페는 없는  같다. 물론 100 만점에 80, 90점인 카페도 있다. 하지만 나머지 20, 10치명적인 약점이 있기도 하고 어쨌든 100점은 아니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는  어쩔  없다. 맘에 드는 카페를 언제나 찾을까. 맛도 좋고 서비스도 좋고(상식선에서) 공간도 좋은 그런 카페. 언제나 찾을  있을까.


오디오가 특색인 을지로 카페 앵글340


이제 커피는 단순히 목을 축이는 음료가 아니다. 위에 얘기한 것처럼 위로이자 쉼이다. 그러니 위로를 받고 싶고 쉼을 얻고 싶은 나의 좋은 카페 찾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그 옛날 귀한 생수처럼 커피 한 잔이 주는 그 어떤 힘이 있는 곳. 책 속에나 나올법한 그런 이상적인 카페. 그런 곳에 가보고 싶다. 때론 내가 그런 카페를 만들어봐야겠다.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렇게 불만은 편하게 얘기해도 그렇게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대를 안 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그래서 카페 찾기는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찾는 과정이 즐거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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