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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Nov 07. 2022

커피에 이 말을 쓸 줄은 몰랐지

진정성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기타를 치든 드럼을 치든 그림을 그리든 디자인 작업을 하든 노래를 부르든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 얼마나 진심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는 취미도, 누군가를 만족시켜야 하는 직업도 뭐든 진심이 없는 행위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 것 같다. 커피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어떻고 인테리어가 어떻고 음악이 어떻고 맛이 어떻고. 분위기나 맛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결국 마지막은 진심,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있는 곳은 어느 하나가 부족해도 인정하게 된다. 그런 신뢰는 결국 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바람 쐬러 강화도에 다녀왔다. 가끔 바다가 와구와구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서해든 동해든 어디든 바다 냄새라도 나는 곳이면 좋을 때가 있는데 그때가 그랬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단골 횟집을 찾아 좋아하는 회도 먹고 근처 선착장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 주기도 했다. 아주 가끔 있는 우리 가족의 강화도 루틴이다. 오랜만에 간 단골 횟집은 코로나로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다. 지금까지도 여파가 있어 운영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잘 되시면 좋겠다. 


진정성 1층 외부와 큰 마당이 있는 지하(여기가 1층일지도)


강화도를 가기 전날 김포에 있는 카페 진성성이 생각났다. 파주에서 강화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르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강화도에 간 날 왜 그리 길이 막히는지 고생을 꽤 했다. 아마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러 많은 사람이 강화도를 찾은 까닭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시 강화도에서 김포로 넘어가는 길도 길이 꽤 막혀 카페 진성성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처음 가는 그곳은 멀고 멀기만 했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카페여서 장시간 운전으로 아픈 허리를 참으며 차를 달렸다.


처음 가 본 낯선 길.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차 내비게이션이 도착지에 거의 다 왔다고 알려주었다.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몇 년 전 교토에서 본 블루보틀이 생각났다. 꾸미지 않은 입구와 오래된 듯한 심플한 건축. 창고인지 공장인지 옛 가옥을 개조해 예스러움을 품은 현대식 건물. 첫인상이 좋았다.


도착했을 때는 밝을 때였는데 못 찍고 어둑해질 때 카페를 나오며 찍은 사진


건물 입구를 들어가 카페로 들어가려고 오른쪽으로 돌아 서니 벽이 가로막혀있다. 당황했지만 이내 자동문임을 알고 가까이 가니 좌우로 문이 활짝 열리며 사람 소리와 함께 카페 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벽이 열리고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듯이 묘한 감동이 일었다. 실내와 야외 테이블이 거의 만석이어서 이리저리 헤매다 마침 일어나는 손님이 있어 재빨리 자리를 잡았다. 커피를 주문해야 하는데 워낙 밀크티로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밀크티를 시켜야 할지 커피를 시켜야 할지 망설였다. 다행히 직원의 친절한 설명으로 원하는 음료와 커피를 시킬 수 있었다. 카페를 방문할 때 주문을 받는 직원의 친절도에 따라 카페의 첫인상이 좌우되기도 하는데 다행히 직원이 응대를 잘해줘서 일단 친절도는 합격이었다.


주문 받는 곳 반대편 모습과 메뉴판


꽤 길고 피로한 시간을 들여온 만큼 커피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멀리까지 온 김에 싱글 게이샤 아이스를 주문했다. 아마 G2이지 않을까 싶다. 맛있다. 아니 맛있었다. 다녀온 지 꽤 되어 글을 쓰고 있어서 그날의 맛이 선명히 남아 있지 않지만 향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베이글과 빵도 기본 이상은 한 것 같다. 과한 맛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맛에 포인트를 준 느낌이었다. 여유롭게 간 게 아니라서 오랜 시간 있지는 못했다. 다음에는 평일 한가로울 때 카페 안 이곳저곳도 더 구경하고 살펴봐야겠다. 커피를 한 잔만 먹고 온 게 아쉽기도 하다.


게이샤 아이스, 베이글


커피를 진정성 있게

'진정성'이라는 말이 어디 커피나 밀크티에 어울리는 단어인가? 네이밍을 할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자신들의 커피를 한 마디로 표현했을 때 어떤 단어가 가장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자극적이고 멋들어진 이름의 후보도 많았겠지만 결국 어떠한 맛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진정성 있는 마음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언뜻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자신 있게 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더 다양한 메뉴를 먹어보지 못했고 여러 번 카페를 경험해보지 못해 이곳이 '진정성'이라는 의미에 합당한지는 아직 완전히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진정성 있게 커피를 대하고 있다는 것은 한 번 방문한 짧은 시간에도 알 수 있었다. 근 시일 내에 가족과 함께 다시 가보고 싶다.



카페 진정성 김포 하성본점 /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하성로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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