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하는 우동이기도 해서
지하철 2호선 을지로 3가 4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우동집 <동경우동>. 흔히 알던 우동 맛이 분명 아닌데 익숙하고 깊은 맛이다. 참 신기하다. 이 맛을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없다. 그야말로 우동 맛집이다.
이곳은 내가 25살 그러니까 2000년도 정도부터 다닌 것 같다. 인쇄 대행해주는 곳에서 일하던 시절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알게 된 곳이다. 생긴지는 더 오래전이다. 아마 86년도부터 장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단골 된 지 20년이 다 돼간다. 배고파서 찾고, 먹고 싶어서 찾는 곳. 오뎅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오뎅 곱 곱빼기로 먹는 곳. 바로 동경우동이다.
서울에 살았을 때엔 곧잘 갔었는데 파주로 이사 온 뒤로는 가끔 충무로에 인쇄 감리 때문에 나갈 일이 있으면 들렀다. 오늘도 바로 그날이다. 평소 오뎅우동에 오뎅만 곱빼기로 막었는데 오늘은 너무 오랜만에 가는 거라 될지 모르겠지만 곱 곱빼기로 주문을 했는데 다행히 된다. 오뎅우동이 4,500원, 오뎅 곱빼기면 5,500원, 오뎅 곱 곱빼기를 하니 6,500원이다. 금액이 대수랴. 10,000원을 주고도 아깝지 않은 오뎅우동은 오롯이 먹는 일에만 집중하며 금세 뚝딱 한 그릇을 비웠다.
오뎅우동 외에도 우동, 유부우동, 튀김우동, 유부초밥, 카레라이스, 오뎅백반, 카레우동, 우동카레콤비가 있다. 다른 손님들을 보면 유부초밥과 카레라이스도 많이들 먹는 것 같다.
충무로 가는 날은 얘기했듯이 보통 인쇄 감리를 보는 날이다. 디자인을 아무리 잘한 들 인쇄나 제본, 후가공이 잘못되면 납품이 잘 되지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작업자로서 많이 속상하기도 하다. 그래서 두 눈을 부릅뜨고 최대한 열심히 감리를 잘 보려고 노력한다.
동경우동은 내게 충무로 인쇄골목과 같다. 그래픽 디자이너와 때려야 땔 수 없는 곳. 오뎅우동을 한 그릇 먹으면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지는 곳. 그렇게 먹고 나면 다시 파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은 덜 외롭달까. 그런 따뜻함을 먹는 곳이다 동경우동은. 동경하는 우동이기도 하고. 벌써 다시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