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여름은 음식물 쓰레기와의 전쟁이다. 분명 여유 있는 삶이 아닌데도 돌아보면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를 못 넘기고 봉투에 꽉꽉 채워진다.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아내가 아픈 뒤로 요리와 설거지는 오롯이 내 몫이 됐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주부의 삶을 살다 보니 하루에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가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아침으로 바나나 몇 개 먹으면 싱크대 거름통이 꽉 찬다. 여름이라 빠질 수 없는 수박은 또 어떤가. 수박은 사실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 거의 탑이다. 3리터짜리 작은 쓰레기봉투에 수박 껍질을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넣으면 빈 공간이 너무 많이 생겨 꽉 담지 못 한다. 그럼 결국 칼로 조각을 내야 하는데 이게 참 일이다. 쓰레기봉투에 최대한 채우려고 조각을 잘게 잘게 썰어 넣는다. 몇 입 먹으면 없어질 수박이 이렇게 뒷일이 많을 줄이야. 주부의 삶이 아니었을 때는 전혀 몰랐다. 아니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게 내 일이 되고 보니 이제야 알았다.
사람이 살면서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기분이 좋지만 배가 부르면 산해진미를 가져다 놓아도 입맛이 없다. 그러다가 몇 시간 지나면 또 배고프다. 이게 사람이다. 맛있는 것 먹고 삼시 세 끼 잘 먹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먹는 만큼 버리는 게 있다는 것. 생각보다 버리는 것이 많다는 것. 그리고 삼시 세 끼 먹는 것처럼 삼시 세끼 버려야 한다는 것. 버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식 양을 알맞게 조리해서 먹고 버리는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또 버리는 음식을 거름으로 쓰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콘크리트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이 땅에서 음식을 거름으로 쓸 곳은 없다. 슈퍼에서 사 온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잘 담아서 버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봉투가 차고 넘치기 직전까지 꽉꽉 채워서 묶는다. 먹고 싸는 것만큼 중요한 먹고 버리는 삶.
음식을 하는 것부터 먹는 것, 정리하는 것(설거지), 버리는 것. 이 모두가 모였을 때 한 끼가 된다. 오늘도 세 끼 식사를 하며 이 모든 것을 반복했다. 내일도 모레도 해야 할 일. 내가 아니면 누군가 해야 할 일.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아직도 적응이 잘 안 된다. 아내는 이런 삶을 오랫동안 살았을 것이고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끔 아버지도)도 이리 했을 것이다. 존경함을 넘어서 숭고하다. 먹고 정리하고 버리는 것이 참 존귀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방금 전 설거지를 마치고 싱크대 거름통에 저녁 먹고 남은 꺼리가 꽉 차있다. 내일 아침 다시 잘 비우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오늘도 채우고 비웠다.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