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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Sep 16. 2021

커피만큼 중요한 카페의 본질

아무리 커피가 맛있어도


커피가 좋아서 카페를 가기도 하고 새로운 커피를 찾으려고 카페를 가기도 한다. 때론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고 관찰도 하고 카페를 브랜딩 관점으로 보기도 한다. 그렇다. 난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에 가지만 카페 자체에 관심이 많다.


파주 헤이리 다운데어 카페. 요즘 가끔 찾는 곳


여기서 잠깐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해보자. 커피 열매는 기후 특성상 아프리카나 브라질 등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적도 부근 고지대가 커피 열매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커피 열매를 수확하고 말리거나 물로 씻는 과정을 거쳐 생두를 만들고 그 생두를 유통 업체가 전 세계로 공급한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생두는 국내 유통업체를 통해서 커피공장이나 카페로 배송된다. 그리고 로스팅을 거쳐 바리스타의 손을 통해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참 긴 여정을 거쳐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좋은 커피는 네 가지 과정이 중요한데

 

첫째, 원산지 생두의 품질

둘째, 유통과정의 신선도 유지

셋째, 최적의 로스팅

넷째, 바리스타의 역량


이 네 가지 과정 외에도 여러 과정이 있겠지만 크게 보면 이렇다. 순수하게 커피맛을 따지자면 이렇게 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다. 커피를 마시는 장소, 즉 카페 환경이다. 어느 카페에 들어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이 내려주는 커피를 어떤 테이블에 커피를 올려놓고 어떤 의자에 앉아 마시는가. 그곳은 편안한 곳인가, 불편한 곳인가, 커피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인가, 집중할 수 없는 곳인가, 음악 소리는 적절한가, 선곡은 잘 되었나, 카페 주변 환경은 어떤가. 정말 세세하게 따지면 정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모든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커피 마시기에 편안한 장소인가?


요새 얼마나 많은 카페가 있나. 내가 사는 파주에도 수많은 카페가 있다. 수도권, 서울은 더하고 지방도 만만치 않게 많다. 이제 시골에서도 분위기 좋은 카페를 꽤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정말 다양한 카페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 대한민국은 카페 천국이다. 돈이 없어 커피를 못 마실 수 있어도 카페가 없어 못 마시지는 않는다. 카페가 넘쳐난다.


그런데 갈 만한 카페를 찾기는 쉽지 않다. 커피가 맛있으면 환경이 불편하고 환경이 좋으면 맛이 없다. 그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는 카페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여기서 환경이 좋은 카페란 내 기준으로는 편안한 카페를 말한다. 위에 말한 네 가지 기준을 전부 충족을 했더라도 결국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환경이 불편하다면 아쉽게도 커피의 맛을 온전히 다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요새 카페 트렌드는 심플이다. 심플한 외관, 심플한 실내, 심플한 테이블, 의자. 그런데 이 심플함이 불편하다. 심플 자체가 불편한 것이 아니라 심플함을 불편함으로 해석했다는 것이 불편하다.

원래 심플함은 편안함과도 연관성이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심플함은 본디 편안함이다. 단순함이 주는 극강의 쉽고 편안함 말이다. 이를테면 애플 아이폰이 그렇다. 복잡했던 휴대폰 생태계를 심플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휴대폰 시장이 어떻게 되었나. 아시다시피 모두 애플의 처음 그것처럼 모든 스마트폰이 비슷해졌다. 편리하고 단순하다.


파주 금릉역점 스타벅스에서 바라 본 거리 풍경


카페가 심플하다는 것이 요즘엔 감성으로 통하는 것 같다. 사진 찍기 좋고 잠깐 기분 낼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물론 그런 곳도 필요하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니까. 그런데 카페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지친 일상에서 잠시 피해 맛있는 커피 한잔을 편한 의자에 앉아 음미하며 휴식을 취하는 곳. 카페의 본질 말이다. 때론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곳. 난 그게 카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카페를 요새 참 찾기 힘들다. 딱딱한 의자, 지나치게 낮은 테이블, 심플함을 너머 휑하거나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산만하거나 지저분한 실내 장식을 한다. 카페다운 카페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언젠가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생업이 그래픽 디자이너라 디자인을 접목해 디자인 일도 하고 디자인 작품 전시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그런 곳이 내가 생각하는 카페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카페의 기본을 지키며 말이다. 좁은 땅에서 아등바등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카페는 이제 산책로가 되고 사랑방이 되고 거실이 되었다. 유행 따라 멋 내지 않은 카페, 하지만 멋다운 멋이 있는 카페. 그런 카페를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다. 그러려면 오늘 새로운 일이 들어와야 할 텐데....


아무튼 좋은 카페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는 좋은 사람도 만나고 싶다. 오늘은 코스타리카 원두로 내린 드립 커피가 생각난다. 카페를 찾아 나서야겠다.


#좋은카페 #카페의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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