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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Feb 10. 2022

하드 보일드

껍질이 꽤 단단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는 딱 한 번 느낌표가 나온다고 한다.


마음이 힘들어 밤 길을 걷다 왔다. 돌아와 늦은 시간 TV를 틀었는데 EBS 지식채널에 헤밍웨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헤밍웨이의 소설 장르는 하드 보일드. 감정을 누르고 냉정하리만치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장르. 단단히 삶아진 달걀이란 뜻이란다.


그렇게 쓰인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는 단 한 번 생동감 있는 표현이 나온다. "Now!"


늦은 밤 흐린 달빛만큼 어두워진 마음이 쉽게 걷히지 않는다. 소설 속 노인은 깜깜한 망망대해에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며 "Now!"를 외쳤는데 그에 못지않게 일상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는 "지금!"이 외쳐지지 않는다. 힘든 마음은 좋은 소식보다는 꼭 좋지 않은 소식으로 등기를 배달하는 집배원처럼 잊지 않고 꼬박꼬박 방문한다.


어두운 이 밤은 내일 아침이면 다시 선명해질 텐데 한 번 엉킨 마음은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소설 속 노인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모든 걸 쏟아부은 것처럼 나 역시 그렇게 목구멍에서 "지금!"이 나와야 할 텐데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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