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풀코스 첫 도전. 얼마까지 뛰어봐야할까?

by 잡식세끼

10킬로, 하프 대회에 처음 도전하기 전에는 그만큼을 뛰어봤다. 10킬로가 어느 정도의 강도이고 힘듦인지를 느껴야 대회에 나가 당황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으니 당연히 필요한 준비다. 2022년 10월 처음 하프에 도전할 때도 그 직전 연습을 하면서 20킬로 정도를 뛰어봤다. 뒤에는 거의 걷다시피 하며 겨우겨우 거리를 채웠는데 마치 사막을 가로질러 끌려가는 노예 심정 같았다고나 할까. 힘들었다.

그렇게 하고 대회를 나가보니 어느 정도 감도 오고 이 정도 지점에선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는 마음의 준비가 됐다. 그래서 하프를 완주하는 것도 걱정한 것 보다는 할만했다.


올해 처음 도전하는 풀코스.

그럼 풀코스는 대회 나가기 전 한번 풀코스를 뛰어보고 나가야 하나.

사실 연습하면서 풀을 뛰어본다는 것이 엄두도 안나고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동호회에선 대회 전에 32킬로를 한번에 뛰어보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원래 계획은 9월초에 32킬로, 그리고 10월 초에 32킬로.

10월말이 대회이므로 이 정도 텀을 두고 뛰어보면 대회를 준비하고 회복하는데 적절하다는 것이 동호회 선배님들의 조언.


그렇다면 왜 32킬로냐.

하프는 여러번 뛰어 봤던 상황이라 21킬로 정도까지는 어느 정도 몸에 익어 있다. 그런데 그 이상을 꾸준히 이어서 뛰어본 적이 없는 초심자 입장에서는 그 이상을 넘어서는 거리를 소화하면서 몸에 어느 정도 부하가 걸리는지 느끼고 이에 적응하며 극복을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라는 것이 선배들의 이야기다. 막말로 32킬로까지 어찌어찌 뛰어놓으면 남은 10킬로는 걸어서 가더라도 결승점에 골인하게 된다나 뭐라나.

암튼 난 해본적이 없기에 경험자들의 말씀을 금과옥조로 삼고 일단 시키는대로 해보기로 했다.


9월 초 연습때는 어쩌다보니 나 혼자 뛰어야했다. 마침 그날 함께 뛰는 다른 동호회원들은 하프 출전 연습이라 20킬로가 목표량이었고 풀코스 출전 준비자는 그날 어쩌다 나 혼자 나왔던지라 32킬로를 외롭게 뛰어야 하던 상황.

나름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 날 '배변' 조절에 실패하면서 2차례 화장실을 들락날락 했고, 물론 이건 핑계겠지만 그렇게 22킬로 까지를 뛰고나니 그 다음에 혼자서 계속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멘탈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결국 고수 회원께서 내게 차라리 좀 쉬었다가 저녁에 15킬로를 더 뛰면 훈련효과가 있을거라 조언해서 타협했다. 아침 저녁에 나눠 각기 22킬로 15킬로를 뛰는 것으로 훈련을 채웠다.


지난주에 24킬로를 한번에 뛰는 것으로 하프 이상을 뛰는 경험을 처음 해 봤던 상태였지만 32킬로는 또 다른 이야기였다. 어찌어찌 대충 25킬로까지는 뛰어졌는데 이걸 넘어서니 왼쪽 무릎 옆이 지릿지릿 아파왔다. 그렇게 몇분간을 뛰다보니 이번엔 오른쪽 무릎 옆이, 그러다가 왼쪽 가운데 발가락부터 발바닥 한가운데까지 땡기는가 싶더니 오른쪽 허벅지 뒤편이 땡겨온다. 마치 통증 부위가 몸 이곳저곳을 옮겨가며 치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계속된다. 몹시 불편하고 거북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워 이를 호소했더니 함께 뛰던 분은 원래 그런거라며, 좀 지나면 또 괜찮아진다고 했다. 정말 무섭.... 배변과 함께 내 쥐약같은 포인트가 다리에 쥐내리는 것이었는데 그런 느낌이 오려는 느낌적 느낌이 중간중간 들었다. 그럴 때는 무조건 감속. 발바닥부터 뭔가 이상한 싸한 기운이 올라와서 속도를 늦췄다. 킬로당 7분 40초 정도로 천천히 천천히. 그렇게 몇분간이 지나니 다행히 그 이상한 기운이 사라졌다. 전에는 이 부분에서 속도조절에 실패하거나 타이밍을 늦게 잡아 쥐내려 절뚝이며 기다시피 해야했던 적이 두어번 있었다. 아무튼 이번 훈련에선 감속하며 쥐내리는 느낌을 피하고 원래 컨디션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건가 봉가.


다시 또 달리는데 무릎이 욱신욱신 시큰시큰거린다. 중간에 멈추고 스트레칭을 해봤다. 딱히 나아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시 달리는데도 시큰거리는 것 같다. 조금 더 지나니 덜 아픈 것도 같고, 다른데가 아파지며 잊혀지는 것도 같고. 한마디로 비몽사몽 횡설수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어찌어찌 뛰는 것이 지속된달까. 그래도 계속 움직여지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껴지면서 그 신기함에 현타가 오더니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이 반복되는 식이다. 그걸 얼마나 버텨내고 지속할 수 있을지가 아마 본선의 관건 아닐까.

곳곳이 아파온다. 숨차서 못 뛰는게 아니라 근육이 아파서 못 뛰는 것이라는.... 이래서 근육을 단련하고 근육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또 닥쳐서 깨우치고 ㅠㅠ.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막상 뛰어보니 우걱우걱 뛰어졌다. 32키로 목표지점에 다다르자 찾아오는 해방감, 동시에 이런 상태에서 10킬로를 더 뛰어야 하는구나 하는 공포감.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이렇게라도 해보자. 말마따나 나머지는 어떻게 되겠지. 그래, 뭐가됐든 결판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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