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정강이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지난 2주간은 못 뛰었다.
그냥 개천변을 걷는 정도.
그것만해도 땀이 엄청 나는 기온이었던지라 상처부위 역시 열이 화끈화끈 올랐다.
그럴거면 그냥 좀 뛰어보기라도 할걸 그랬나 싶었다.
아무튼 오늘은 동호회에서 기분전환삼아 빠른 걸음의 하이킹 정도를 하기로했다.
집결 장소는 중랑구 양원역.
코스는 양원역에서 이어지는 중랑캠핑숲,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돌아오는 곳이다.
중랑구가 멀지는 않은 곳이지만 양원역 일대나 망우역사문화공원 쪽으로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이 지역은 구리의 마라톤 동호회에서 자주 뛰는 곳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아무튼 오늘 다같이 모여 뛰기보다는 걷기에 주력할 것 같아 간만에 좀 뛰어보고 싶었다.
상처도 어느 정도 아물어가는 상황이라 살살 뛰어보면 괜찮을 것 같았다.
만나는 시간은 7시 양원역이었으나 좀 욕심을 부렸다.
우이천변을 따라 석계역까지 가면 중랑천을 만나고 거기서 태릉입구로 이어지는 지천까지 뛰어가는 것.
태릉입구에서 양원역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생각이었다.
집에서 나선 것은 새벽 5시40분.
일출시간이 지난 뒤라 날은 밝았고
우이천변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달리거나 운동하며 나와 있었다.
체조하거나 산책하는 대부분이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고
달리는 사람들은 중장년층으로 보였다.
밤에 달릴 땐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나처럼 늙은이들이 아침잠이 없는건 맞나보다.
이른 아침이지만 날은 후덥지근 했다.
편의점에서 물 한병을 사서 힙색에 넣고 살살 달려보기 시작했다.
비가 수시로 쏟아졌기 때문인지 개천물은 맑았고 공기도 상쾌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조금 달리면서 땀이 쏟아지는데 선크림 바른 땀이 눈을 따갑게 했다.
안경까지 더해져서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뛰었다.
라섹이든 라식이든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30대때부터 했으나
이미 20년동안 전전긍긍하며 보냈고
이제 노안까지 왔으니
그냥 이렇게 살며 버티는 수밖에.
우이천변을 따라 죽 내려오다보니 양쪽으로 나 있던 산책코스가 광운대부근부터
한쪽만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달려내려가니 앞쪽에 터널이 보였다.
아마도 저것이, 저 터널을 지나면 중랑천으로 연결되는가 봉가.
그동안 우이천변을 많이 뛰었지만 이까지 내려온 적은 없었다.
이 부근까지 내려오니 그동안 달리며 만났던 많은 러너, 산책자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터널로 들어가니 역시 앞에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옆에는 실개천같이 얕은 하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고 살짝 쿰쿰한 냄새도 났다.
아주 험상궂은 건 아니지만 영화속에서 보던 지하 배수로의 느낌이 살짝났고
게다가 사람이 없어 더 긴장감이 느껴졌다.
잘 다듬어진 강변 조깅코스를 달리다 순간 공간이동한 느낌이랄까.
조금 달려가니 저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넘어오는 사람이 있긴 한데
그렇게 자전거 2대와 마주쳤을 뿐 뛰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히 터널구간이 길지는 않았다.
체감상 300~400미터 정도였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다시 하늘과 나무와 아파트와 도로가 보이는 길로 빠져나가니
괜히 안도감이 느껴졌다.
중랑천변과 연결되는 길을 뛰어 태릉입구역에 도착했다.
거리상으로는 7킬로미터 조금 넘었다.
땀을 한바가지나 쏟았고
견디기 힘든 땀냄새가 올라왔다.
계속 뛰면 상관없겠지만
이제 지하철을 타고 양원역으로 향해야 한다.
아침부터 지하철 타고 어디론가 가시는 분들에겐 웬 민폐냐...ㅠㅠ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산책로로도 조깅하기로도 좋다.
풍광도 공기도 함께 한 사람들도.
다시 이곳에서 8킬로미터 걷기를 마치고 순대국 한그릇씩 먹은 뒤 귀가했다.
7월 한달을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다시 뛰어보기 시작해야겠다.
평일 2회 러닝. 매일 스트레칭 및 스쿼트. 주말 장거리.
오늘은 장거리는 아니었지만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서로 격려하며 빨리 낫기를 기원하며
서로의 루틴을 잘 지키고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헤어졌다.
뛰면서 늘 느끼는 건데
마라톤은 혼자와의 싸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팀 스포츠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거 정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