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마를 앞두고 계속되는 훈련.
그래봤자 뭐 대단한 건 아니고 매일 주간 일정량의 달리기를 소화하면서
스트레칭과 근육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발바닥 뒤꿈치 아픈건
그래도 종아리 뒤편 가자미 근육 쫙쫙 늘여주는 스트레칭을 해야
그나마 나아지기 때문에
이건 눈뜨면, 그리고 자기 전, 게다가 회사에서도 책상에 기대서 매일 수시로 한다
심지어 책상에 기대 런지 자세를 살짝 유지하며 데스크를 볼 때도 많은데
이거 하고 나면 좀 낫다.
뛰고 나면 정말 넘넘 아프고
뛸 때는 별로 많이 아프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나아지겠지... 하면서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주간은 지방 일정이 있어 동호회 훈련에 빠졌다.
혼자서 거리 주행하는 식으로 마일리지만 채웠고 근육풀기만 계속했다.
8월31일, 그러니까 어제는 동호회 훈련에서 인터벌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인터벌 훈련, 즉 인터벌 러닝은 빨리뛰기와 천천히 뛰기를 번갈아 하는 거다.
힘껏 빠른 속도로 일정거리를 뛰다가 그다음은 천천히 뛰고 다시 빨리 뛰다가 천천히 뛰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인터벌이 간격이라는 의미니 그렇게 하는 건가봉가.
인터벌 훈련을 위해 트랙이 있는 운동장에 모였다.
한바퀴 돌면 400미터 남짓.
처음엔 워밍업 2킬로 페이스런 5킬로 정도로
17바퀴 정도? 돌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나서 훈련은 인터벌 2킬로미터.
100미터씩을 잘라서 인터벌을 한다고 했다.
처음 100미터는 전속력으로.
물론 그래봤자 체력장하던 전속력까지는 택도 없겠지만
아무튼 100미터를 전속력으로 뛰고 다음 100미터는 천천히 쉬엄쉬엄
다시 100미터를 전속력으로, 그리고 100미터는 쉬엄쉬엄.
말만 들었을 때는 뭐 그리 대단하겠나 싶다.
사실 이전에도 인터벌이라는 이름의 훈련을 하긴 했었으나
조금 뛰고 대충 마는 식으로 뭉개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제대로 체험해보지는 못했던 상황.
오늘은 제대로 해보자고 각오들을 하는데.
요 며칠 살짝 시원해진 날씨가 다시 오늘 미친 듯 내리 쬔다.
아침 8시 좀 넘었는데도 살을 찌르는 것 같은 햇살.
이미 몇키로 뛴 걸로 온몸의 육수가 빠져나간 듯 지친 상황이다보니
슬금슬금 약한 마음도 비집고 올라온다.
풀코스를 3시간 초반에 완주하는 준 선수급 동호회 멤버의 지도하에
트랙 앞에 선 우리들은 요이 땅 소리와 함께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그래도 뛰어는 진다.
속도야 20초도 넘게 나올 속도이겠지만
젖먹던 힘까지 다해 일단 뛰었다.
숨이 턱에 닿을 듯 헉헉 내쉬며 100미터 지점에 오니 그때부터 천천히 뛰는 코스다.
절대로 멈추면 안되고 천천히 뛰면서 숨을 고르는 시간.
헉헉 거리며 호흡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데
어느새 100미터를 지나 다시 질주해야 할 지점.
다시 헉, 하고 냅다 뛰어지른다.
목표지점 저기까지만 가면 일단 천천히 뛸 수 있다 싶어
목표지점을 뚫어져라 보며 뛰는데 도대체 언제 당도하는거냐.
그전에 숨이 턱에 닿는다.
조금만 조금만.... 겨우 도착해서 다시 천천히 달리기.
천천히 달리는데도 호흡이 가라앉지 않고 심장이 펄떡이는 것 같다.
좀 아프기도 한 거 같고.
다시 다음번 질주선에 도달해가는데
머리속에 잔꾀가 난다.
이번엔 빨리 달리지 말고 계속 이 속도로 천천히 달려야지...
그런데 60대인 동호회의 바른생활 언니가 다시 속도를 낸다.
에공.... 민망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나도 따라 속도를 올려보는데
넘나 힘들다.
이젠 천천히 달리며 숨 고르기도 뭐도 다 필요없고
벌러덩 자빠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그렇게 두 세트를 더 뛰는데도
아직 절반도 못했다는 절망적인 소식.
바뀌는 횡단보도 신호를 건너느라 질주한 뒤에도 건너편 보도에 서서
한참을 헐떡거리게 마련인데
이런 100미터 전력 달리기를 10회한다는거 말이 쉽지.....
차라리 10킬로, 15킬로를 그냥 같은 속도로 뛸 때는 이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세트를 10차례, 즉 2킬로 가까이 하다보니
급기야 다리가 풀리면서
내 맘과 따로 움직이는 듯한 현상이 나타난다.
가슴 한가운데가 불타는듯 홧홧하고
목구멍이 찌릿거리고 쓰라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죽상을 한 것이
거의 인간의 형상이 아니다.
태릉 선수들도 인터벌 훈련을 가장 힘들어한다는데
그러고보니 예전 농구선수들이 인터벌 훈련하는 다큐에서
한 선수가 "이게 제일 하고 싶지 않은 훈련"이라고 했던 것을
들었던 기억도 난다.
온갖 생각들을 비집고 '이것도 지나간다'를 되뇌며
오늘의 훈련 완료.
끝나고 나서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동호회의 고수들은 당연히 힘든거라고 한다.
또 물었다. 풀은 이것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겠죠.
지체없이 당연하다는 대답. 그래서 그걸 잘 해내기 위해
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덧붙임까지.
이것만으로도 약간의 지옥을 맛본 것 같은데
앞으로 뻔히 닥칠, 하지만 그 깊이와 크기를 모를 또 다른 지옥.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나 이거 왜 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