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그렇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노릇.
대체로 지저분한 내용이니 미리 경고 드린다.
마라톤 훈련을 하며 내 최대 고민과 약점을 다시금 직면했다.
바로 배변이다.
작은 건 땀이 워낙 많이 배출되니 그렇다 쳐도.
막 말로 화장실을 못찾아서 어찌저찌 사고를 친다해도
겉으로는 큰 표시가 덜나겠지만
큰 건 대책이 없다.
평소에 정확한 시간에 정해진 배변 습관을 가진 분들이야 상관없지만
나처럼 2~3일에 한번 불규칙하고 나쁜 습관을 가진,
이것도 그전엔 5~6일 1회에서 엄청 많이 좋아진거다.
게다가 이건 담배 끊는 것도 아니고
음식 조절하는 것도 아닌
내 의지로는 어쩌지 못하는 것 아닌가.
배에서 신호가 와야 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누구는 무조건 일어나자마자 물 많이 마시고 화장실에 앉아 있으라고 하는데
나오지도 않는 상태에서 화장실에서 힘만주고 있으면
치질밖에 더 생기냔 말이다.
아무튼 뛰기전에 미리 배변을 해야 한다고 다들 거듭 주의를 당부하지만
그게 원하는 시간에 되면 얼마나 좋겠냔 말이다.
나도 그러고 싶다.
누군가는 뛰면 전체적으로 장운동이 활발해지고 좋아진다고 하는데
물론 나도 좋아진 편이다.
4~5일에 한번 가던 화장실을 이틀만에 가는 것은 장족의 발전이기도 하니.
물론 그것이 일정한 시간이 아니라서 문제지.
재작년 춘천하프와 작년 서울국제하프, 양평 이봉주 하프 대회에 나갈 때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가 생길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딱히 그날 아침 혹은 그 전날에 화장실 문제를 해결한 것도 아닌 상황이었지만
대회에 나가서 무사히 뛰었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었다.
집에 와서 볼일을 봤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리기를 하는 중에 신호가 오거나 하진 않았다.
문제는 지난해 철원 DMZ마라톤에서였다.
아침까지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날이 더웠지만 그래도 견딜만해 보였다.
출발선에서 산뜻하게 출발했는데 5킬로미터 지점부터 조금 신호가 오는게 느껴졌다.
참으면 괜찮아지려나하면서 좀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뛰었다.
그런데 6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면서 화장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물을 마시면서, 또 곳곳에 서 있는 자원봉사 요원에게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잘 모르겠다는 답변과 조금만 더 가면 있을거라는 확신에 찬 대답.
두가지였다.
후자에 희망을 걸고 조금 더 달려갔는데 여긴 없는데요 라는 대답뿐.
그럼 어디있느냐고 하자 글쎄요....라고 돌아오는 답변.
진행요원과 경찰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모른다는 답변 뿐이었다.
주변에는 들과 밭 뿐.
DMZ 안이니 일반 상가나 주유소 하나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잠시 희망스러운 광경이 보이기도 했다.
논밭이 펼쳐진 저 건너편 한가운데 딱 화장실 사이즈로 세워진 간이 건물.
뛰던 대열에서 이탈해 그 밭을 향해 달려가 살펴봤더니 농기구며 각종 장비를 부려놓는 창고건물이었다.
순간 몰려오는 실망감을 부여잡고 다시 대열로 복귀.
이미 거리는 11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고 있었다.
몇번의 희망고문을 당하고 나니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몇몇 할아버지들이 길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뭔가 알거야. 저 할아버지들은.
그분들에게 뛰어가 물었다.
여기 화장실 없을까요 어르신.
고생한다는 표정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나를 잠시 보던 그분들은 말씀하셨다.
"여기는 없는데.
정 급하면 저기 깨밭에 가서 대충 봐유."
애고 내가 미쳐.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대열로 복귀.
이쯤이면 마라톤을 포기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행요원에게 화장실에 데려다달라고 할까.
이깟 마라톤 완주가 뭐라고 내 존엄성을 내팽개칠 수야.
내 괄약근과 의지가 거의 한계를 향해 치닫고 있던 상황.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아까 지나오며 두드렸던 집은 사람이 없는지 나와 보는 이가 없었는데 저긴 문이 열려 있다!!
그 집을 향해 달려갔더니 어르신까지는 아니고 장년층으로 보이는 몇분이 있다.
제발 화장실좀 알려주실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 분들이 나가서 집끼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마을회관이 있으니 거기서 보란다.
심지어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셨다.
허리를 조아린 뒤 다시 마을회관으로 질주.
다행히 비번을 찍으니 문이 열린다.
현대적으로 깨끗하게 지어진 마을회관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지옥에 떨어지려던 찰나 구원의 손길이 나를 붙잡고 끌어올린 것이다.
볼일을 보고 얼굴을 씻는 여유까지 부린 뒤 행렬로 합류했다.
이제 열심히 뛰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급한 속이 해결된 건 좋았지만 그때까지 나를 휘감고 있던 긴장감이 풀렸는지 다리도 같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제 13킬로 좀 넘었을 뿐인데. 아직 8킬로를 더 가야 하는데.
그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작살같은 태양빛.
다리 근육이 흐물흐물해지면서 동시에 불편하게 떨리는 느낌적 느낌.
더위도 더위였는데 다리에 좀체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너무 불편한 느낌이 계속됐다.
어찌어찌 천천히 달려가면서 속도를 내볼까 하려던 찰나 다리에 쥐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안되겠다 싶어 속도를 늦추면서 천천히 걷뛰를 시작했다.
다리 곳곳에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근육통같은게 느껴지고 쥐도 내리고 너무나 이상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날 결국 완주는 했지만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더운데 뛰면서 컨디션이 망가지거나 기록을 망치거나 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화장실에 대한 트라우마같은게 생긴거다.
그러면서 나름의 대책으로 조절이 마음대로 안되면 반드시 느낌이 오는 초기에 해결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코스상에서 어디에 화장실이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하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이런 야생 마라톤은
절대 나가지 말자... 등등.
참고로 그 대회에는 주행구간 중 간이 화장실이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실제로 문제는 나타났다.
이후 개천변에서 러닝 훈련을 할 때 분명히 뛰기전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 5~6킬로 정도 뛰고나면 신호가 오는 것이었다.
짧게는 3~4킬로 정도에 오기도 한다. 다행히 개천변이야 화장실이 있으니까 해결할 수 있다.
매번 그런건 아니고 꽤 잦은 빈도로 뛰기 시작하고 몇킬로가 지나면 이런 신호가 온다.
전에는 20킬로 훈련을 하기로 하고 16킬로 지점까지 왔을 때 신호가 왔다.
화장실 위치를 알긴 알지만 달려가려면 한참을 더 가야 할 것 같아 중랑천변 바깥으로 뛰어 나왔다. 1킬로를 더 달려가야 하는데 더 참으면 어찌될지 몰라 상가 화장실을 찾아 뛰었다.
그런데 이미 다리 근육의 피로감이 상당히 쌓여 있는 상태였기 때문인지 화장실 들어가서 앉으려는데 싸한 느낌이 들더니 다리에 쥐가 내렸다.
배는 급하고 다리에 쥐는 내려 경련이 일어나고 손은 다리 주무르느라 정신없고 땀은 삐질삐질....
어쩌저찌 처치를 하며 쥐를 풀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X밭에 뒹굴 뻔 했다. 것도 내가 저질러 놓은 X밭에 말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이후 서너번에 한번 정도는 달릴 때마다 화장실을 찾는 일이 생긴다.
대회나가도 그냥 화장실 갔다 이어뛰자고 마음을 먹었으나 문제는 그것이 상당히 컨디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주 인터벌 훈련에 이어 어제는 한달에 2번하는 장거리 훈련날이었다.
목표는 30킬로미터를 한번에 뛰는 것. 아직까지 30킬로미터를 한번에 뛰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름 긴장이 됐다. 뛰기 전 평소처럼 바나나를 한개 먹고 물을 좀 마셨다. 훈련 전날에 딱히 볼일을 못봤고 아침에도 신호가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 갈 가능성도 있겠다 싶었다. 내려놓고 편한마음으로 뛰자는 생각으로 화장실은 잊어버리려 노력했다.
그렇게 뛰기 시작했는데 13킬로 지점 정도 왔을 때 신호가 왔다. 괜한 오기가 생겨 버틸 수 있는 때까지 버텨보자는 똥고집이 올라온다. 3, 4킬로 정도도 못 되어서 한계점이 다가왔다. 결국 뛰어가던 길을 되돌아 화장실로 달려갔다. 16~17킬로미터 어디쯤에선가 볼일을 본 뒤 속도를 천천히 해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조금 뛰면서 컨디션을 회복해보자 싶었는데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왔다.
뛸 때마다 이러면 어떡하지. 아예 대회 나가기 전에 10~15킬로 정도 뛰면서 뭔가를 빼내고 대회에 나가야 하나, 나같은 사람 많아서 간이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면 어떡하지, 급기야 결국 달리다 일을 저지르면 어떡하지 하는 망상까지.
그래도 그럭저럭 3~4킬로 정도를 더 뛰면서 20킬로를 넘기고 있는데 다시 신호가 왔다.
어라. 이건 에상치 못한 일. 원래 한번에 끝나야 한다. 두번째 이런 신호가 오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껏 안정시켰던 멘탈이 붕괴 붕괴...
게다가 배아픔의 종류와 성질이 유제품 잘못 먹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그런 느낌적 느낌?
한번에 끝날 것 같지 않은 예감이었다. 이거 뛸 거라면서 엊그제부터 라떼도 안마셨는데 도대체 뭐냐고.
결국 21킬로미터를 넘어설 즈음, 즉 하프마라톤 완주하는 시점에 다다를 즈음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야 했다.
두번 들락거리고 나니 컨디션은 엉망이 되고 온몸에 힘도 빠지고 다리도 넘나 아픈것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됐다. 결국 21.5 지점에서 일단 그만 뛰기로. 원래 30킬로 뛰기로 했던 것을 제대로 못채우는 나란 인간 뭐에 쓸까 하는 자괴감이 밀려들었다.
동호회에서 우리를 지도해주던 고수 회원께서 너무 낙심 말라며, 대신 지금 좀 쉬었다가 컨디션 회복하고 저녁에 15킬로미터 정도를 더 뛰어보라고 하셨다. 장거리 훈련은 몸에 부하를 주면서 이를 익숙하게 하고 또 이겨내기 위한 것이다보니 저녁에 15킬로 정도를 더 하면 훈련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대답은 하고 철수. 씻고 한잠자고 이것저것 먹고난 뒤 저녁 7시가 되었다. 그때까지 내 마음은 뛸까 말까 갈팡질팡의 연속이었다. 발바닥은 딛기도 힘들 정도로 아프고 몸은 천근만근인데.
꾀가 났지만 내 속의 우직함이 날 보챘다. 이런것도 하나 못 이겨내느냐고. 결국 다시 옷을 챙겨입고 8시 다 되어 집을 나섰다. 그냥 거실에 맨발바닥으로 있을 때는 발뒤꿈치가 많이 아픈데 양말에 운동화 차림으로 나서면 훨씬 편해진다. 뛸 때는 발뒤꿈치가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 않은게 다행이다.
이번엔 음악을 들으며 15킬로를 주행해 보기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니 뛰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뛸 만했다. 확실히 기온도 많이 떨어져 약간 시원함을 느끼는 구간도 있을 정도였다. 다시 달려가는데 3, 4킬로 정도 되었을까. 신호가 짜르르 온다. 이젠 절대 길게 참지 말아야지. 그런데 내가 낮에 뭘 먹었던가. 밥이랑 열무김치, 만두 3개, 복숭아랑 사과 몇쪽씩. 아 그러고보니 아침 훈련 끝나고 먹은 바나나와 연양갱.
아침에 그 고생을 했는데, 그리고 평소같으면 이 빈도로 신호가 올 게 아닌데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 보고 해결. 다시 마음 다잡고 열심히 뛰어보자. 그렇게 14킬로 정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다시 또 짜르르 신호가 온다. 아 정말 미치겠다. 오늘은 왜 이러는거냐. 다시 해결하고 15킬로미터를 완전히 마친 뒤 훈련 마무리. 결국 오늘 36킬로미터를 나누어 뛰면서 화장실에 가서 큰일을 본 것이 4번이나 되는 것이다. 장염 걸린 것도 아닌데 도대체 이게 뭐냔 말이다.
달리는 것도 힘들지만 배변관리가 공포가 되어 짓누른다. 어딘가를 찾아보니 대회 출전하는 러너의 배변관리에 대한 내용도 있던데 딱히 도움되는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강아지도, 유아도 아니고 이 나이 되어 달린답시고 '배변훈련'이라는 고민에 맞닥뜨리다니... 이건 배변 훈련의 문제인가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할 심리적 문제인가. 그리고 이런 고민 나만 하는건가. 설마 그럴리가.
훈련이 더해질수록,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가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