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APRICORN
Oct 23. 2020
1. 시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별이.
나의 핸드폰 메인 사진은 별이 사진이다. 다른 모습도 가장 아름답지만 나는 특히 다갈색의 별이의 눈이 가장 좋다.
오늘은 학교 수업이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꽉 차 있어서 별이와 놀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스카이프를 통해서 별이가 무엇을 하는지 정도는 다 볼 수 있고 스카이프로 별이를 보는 것은 내 공강 시간의 유일한 낙이다.
두 번째 수업 가기 전 스카이프를 켰는데, 항상 늘 있어야 할 자리에 별이가 보이지 않았다. 방향을 틀어서 여기저기를 카메라로 비춰봐도 보여야 할 별이가 보이질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서 별이를 찾아 집으로 뛰쳐나갔다. 충정로에서 상도동의 우리 집까진 50분밖에 걸리지 않으나 별이가 내 손에서 사라진다는 생각에 천리길을 가는 듯 심장이 쿵쾅거렸다. 집 근처에 다 왔다. 뛰어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에 문득 경찰차를 본 것 같았다. 별이를 누가 데리고 갔다면 바로 저 경찰들에게 신고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현관을 들어섰다.
2. 시선 2
내 이름은 별이다. 나는 지금 감금되어 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고, 손엔 수갑이, 그리고 강아지한테나 어울릴 법한 목줄이 화장실 옆 배수관까지 연결되어있다. 나의 활동범위는 7평 남짓한 원룸에서도 목줄의 길이가 닿는, 반지름 1m 남짓 정도의 공간뿐이다.
여전히 나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집을 가고 있는 도중에 기절을 했다. 그리고 눈 떠보니 이곳이었다.
나를 감금한 이 미친놈은 인스타그램 친구다. 1년 전 즈음 나를 팔로우 한 뒤, 처음에는 댓글을 다는 수준이었지만, 3개월 전부터 집착적으로 DM(Direct mail)을 보내기 시작했다. 모든 DM에 일절 답변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매일 한 시간 간격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의 메시지는 나를 어디선가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듯한 말들이었고 나는 무서운 마음에 그를 차단을 했다.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어느 때처럼 집에 가는 길에, 나는 뒤에서 다가온 누군가에 의하여 마취제가 묻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가 막혀 기절했다. 그렇게, 지옥 같은 감금생활이 시작됐다. 나는 눈, 입, 손, 목이 차단당했다.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쳐봐도 훈련을 시킨다며 체벌만이 있을 뿐이었다.
가끔 이 미친놈은 압박되어 있던 나의 안대를 풀며 내 눈을 광기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내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그는 나를 그저 바라만 볼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번뜩이는 눈으로 나를 집착적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나는 그가 외출할 때를 틈타 벗어나려고 했으나 단단히 묶인 목줄과 수갑에 의하여 탈출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다. 그렇게 3주일 정도가 흘렀을까 날짜조차 알 수 없는 하루하루 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이번 달에 수도세가 유달리 많이 나왔다며 문을 두드렸던 것이다. 나의 목은 이미 여러 번의 탈출 시도로 인해 살점이 다 뜯겨 나갔고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러나 피부의 고통은 탈출해야 된다는 마음에 가려져 아프지 않았고, 나는 목을 최대한 앞으로 늘여가며 파이프를 흔들어 댔다. 재갈로 물려 있어 내가 외치는 소리는 밖으로 거의 들리지 않았으나, 과 몸이 부딪히는 소리 파이프가 흔들리는 소리에 주인집 아주머니는 의아해하며 마스터키를 갖고 왔다.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집 문을 열었을 때, 목에 피를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디선가 큰 가위를 갖고 와서 나를 목줄로부터 해방시켰다. 아주머니는 경찰을 불렀고, 동시에 내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그 미친놈이 언제 들이닥칠까 두려워서 내 목에 약을 발라주는 아주머니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20분이 흘러 경찰과 부모님이 도착했으며, 나는 엄마를 보자마자 안도감에 비로소 눈을 감을 수 있었다.
3. 시선 3
어제 오후 5시 반쯤, 서울 상도동 어느 원룸 앞에서 26살 A 씨가 21살 B 씨를 납치 및 감금죄로 체포됐습니다.
원룸의 주인은 이상하게 수도세가 과하게 나오고 있는 A씨집이 이상하게 여겨져 집을 방문하게 됐고 그 결과 입과 손과 결박된 채 목줄이 수도관 파이프에 묶여서 결박된, 다발의 출혈로 온몸에 상처가 나 있는 B 씨를 발견하고 신고했습니다. 현관에서 검거된 A 씨는 경찰을 뿌리치고 도주했으나, 경찰은 노량진까지 5km가량을 추격한 끝에 1시간 만에 A 씨를 붙잡았습니다.
B 씨는 3주간의 감금으로 인해 정신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A 씨가 SNS으로 본인을 찾아 납치했던 것만큼, 재발의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B 씨가 심리적 불안정이 심해져 있고 충격적인 일을 겪은 만큼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심리 상담 및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A 씨는 납치의 이유로 본인과 친밀하다고 생각했던 B 씨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자 홧김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그러나 심문 과정 중 B 씨를 본인의 소유물인 애완동물로 착각하는 등과 같이 심각한 정신착란 증세와 망상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의료 조회 결과, A 씨는 지난해부터 피해 망상증을 앓아왔으며 정신질환 관련 진료를 받아온 것으로 됐으며, 경찰은 A 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4. 시선 4.
최근 SNS를 이용한 납치사건에 대하여 경찰은 A 씨가 정신병을 앓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신병'을 가진 범죄자에 대한 불안을 표하며 이로 인해 형량이 낮아질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범죄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는 2015년 6300여 건에서 2017년 8300여 건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이 중 살인 사건은 같은 기간 64건에서 73건으로 15%가량 늘었다.
그러나, 정신병을 앓는다고 모두가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반복되는 범죄속에서 사람들은 ‘정신병 포비아’가 생길 수도 있으며, 우리 주변의 사람들 마저도 과거에 정신병을 앓았다는 이유로 낙인이 찍혀 마녀사냥을 당할 수도 있다.
또한 언론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자극적이고 부정확한 왜곡된 보도가 오히려 시민들의 두려움과 공포심을 심어줄 수도 있음을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실제로 정신질환자로 인한 범죄는 대검찰청의 2017년 12월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0.136%였지만,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범죄율은 3.93%로 28.9배나 높았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로 인한 범죄 발생률은 낮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자극적인 보도로 통한 편견과 차별은 오히려 정신질환자들을 격리시키고 소외 키고 있다.
이는 국가가 나서서 정신병을 가진 범죄자들과 관련된 법을 재정하거나, 지원센터를 늘리며, 악의적 왜곡된 언론보도를 자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 등 적극적으로 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