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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RICORN Jun 03. 2020

댁아들, 아웃오브안중이에요

어머니, 저 관심 없어요…


어머니저 관심 없어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였다. 중학교 때 같이 논술과외를 했던 승헌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공부를 꽤(?) 잘해서, 과학고등학교를 갔다. 같이 논술 과외를 하면서 느꼈지만 그 아이의 어머니는 아들 자랑을 낙으로 삼고 사는 분이었다. 엄마들끼리 모이면,



 
“우리 승헌이는 공부도 잘하는데, 집안일도 너무 잘 도와줘. 이런 아들이 어디 있어?”



 
라며 항상 자랑이었다고 한다. 그 자랑은 목욕탕에서도 끊이질 않아서, 동네 아주머니들은 승헌이 어머니와 같이 목욕탕에 가는 것을 꺼려 한다는 이야기까지 들리곤 했다. 하지만 그 승헌이는 아주머니의 자랑만큼이나 진짜 착하기도 해서,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을 때면 정말로,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물걸레질을 하는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중학교 때, 논술 과외를 하던 중, 승헌이는 고민을 털어놨다. 


 “엄마가 내 핸드폰의 문자를 다 봐서, 문자는 잘 안 보내”


 
나는 ‘설마 그럴 리가 있냐?'라고 했지만, 그는 사실이라고 했다. 나는 그저 힘내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설마 그 정도로 본인 아들의 사생활에 깊은 관여를 할 엄마가 어딨나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후 우리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서로의 고등학교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었고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휴대폰 사용 금지인 학교여서 주말에 정말~ 가끔 문자를 하곤 했다. 진.짜.로. 친구끼리의 안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느 날 그 애가 천안에 오랜만에 내려온다면서 한번 보자고 했다. 천안 야우리에서 밥을 먹고 그 시절 유행(?) 했던 카페, 캔모아에서 빙수를 먹고 헤어졌다. 그리고 그 주말 집으로 내려왔는데, 엄마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요즘 승헌이랑 연락하니?”

“응? 저번에 오랜만에 같이 밥 먹었어. 1년만 일 걸?”

“아 그래?”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왜 걔 한테 무슨 일 있대?”

“아니, 자기 아들 공부하는데 네가 방해한다고 걔 엄마한테 연락 와서”


 나는 뒤통수를 망치로 쾅 맞은 듯했다. 억울했다. 연락도 걔가 먼저 했고, 무슨 썸이라도 탔음 말을 안 한다. 그리고 애초에 친구고, 사귈 생각은 전혀 없고, 걔가 고백한다고 해도(?) 내 쪽에서 먼저 사양이다. 그런데 무슨 부잣집 어머니가 자기 아들과 헤어지라고 돈 봉투 내던지듯 우리 엄마한테 바로 전화라니?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이런 경험은 드라마에서만 보던 일이었으니까


 “와 어이없네? 엄마… 연락도 걔가 먼저 했어. 와~ 전화해야겠네 이게 무슨 짓이야”

“아니야. 하지 마. 걔 엄마가 유별난 거 하루 이틀이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엄마는 불화를 만들기 싫은 듯했다. 애초에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나?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승헌이한테 문자 한 통이 왔다.


 “미안해... 엄마가 또 내 휴대폰을 몰래 봤나봐.....그러더니...  공부에나 집중하라고.. 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그 엄마의 그 아들은 아니었다. 그 아들은 천사였으니까. 엄마 말에 거역할 줄 모르는. 나는 그 문자를 씹고 조용히 승헌과는 연락을 끊었다. 그 집과는 다신 얽히고 싶지 않았다.



 -승헌이 어머니, 오버하지 마세요. 저 댁 아들 관심 없어요! 

그리고 부잣집아들 만나는 가난한 여자 주인공이(?) 된 기분 선사해 주셔서, 참말로 감사드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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