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인간의 복종 심리 실험과 한국 문화가 말해주는 위험
권위 앞에서 입을 다무는 순간, 조종실은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된다.
1960년대, 미국 예일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충격적인 실험을 했다. 피험자에게는 “학습 실험”이라고 속이고, 다른 사람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점점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전기는 흐르지 않았지만, 피험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놀랍게도 다수의 참가자들이 실험자의 권위적인 지시에 순응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강도의 버튼까지 눌렀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실험의 권위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싶게 복종하는지를 적나라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자신의 도덕적 판단과 안전 감각마저 마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 역시 오랜 세월 동안 권위주의적 질서를 경험해 왔다. 유교적 위계 문화, 일제강점기, 군사정권에 이르기까지 관계는 언제나 수직적이었고 상명하복은 사회의 기본 질서였다. 그 결과 한국인은 집단보다는 관계 속에서의 나의 위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관계 주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상대가 나보다 높은 사람이라면, 설사 위험을 알아차려도 돌려 말하거나 침묵하는 것이 흔한 패턴이 되었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조종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항공기는 두 명의 조종사가 함께 조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서로를 견제하고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안전을 지키는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 조종실에서는 여전히 기장이 ’절대 권위자‘로 여겨진다. 부기장은 그의 보조자로 남고, 위기 상황에서도 직접적인 표현과 행동을 주저한다.
밀그램 실험에서 피험자가 권위자의 지시에 따라 버튼을 눌렀듯이, 한국의 부기장 역시 권위 앞에서 침묵하거나 완곡하게(의도를 알지 못하게) 표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결정적 몇 초를 잃게 만들고, 작은 실수를 큰 사고로 키울 수 있다.
밀그램의 실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권위 앞에서 인간은 놀라울 만큼 쉽게 침묵한다." 권위가 안전보다 앞설 때, 사고는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CRM교육은 단순히 조종사 간의 소통과 사고사례들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만든 복종 심리를 깨뜨리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평상시부터 직접적으로 사실을 언급하고 기장은 권위자가 아닌 동료 조종사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조종실에서 만큼은 권위보다 안전을 먼저 두는 용기, 그것이 좋은 조종사를 만드는 시작이다. 권위의 힘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조종실은 언제든 위험해질 수 있다.
좋은 조종사는 비행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위 앞에서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