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에 집착하는 조종사의 본능

Startle and Surprise effect가 만드는 뇌의 착각

by 남국의 기장


조종사는 왜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 속에서도 착륙하려 하는가?



비행기는 완벽하게 설계된 기계처럼 보이지만, 그 조종석 안에 앉아 있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묻는다.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왜 조종사는 그대로 착륙을 하려 하는 걸까?”

“폭우와 강풍 속에서도 왜 착륙을 포기하지 못할까?”


항공사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착륙이 가능한 상황 일지라도 경고음이 울리거나 기상 제한치를 넘는다면 착륙을 포기하고 복행 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간혹 조종사들이 이를 무시하고 착륙을 강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단순히 조종사의 실수로만 볼 문제 일까?


그 순간, 인간의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놀람과 당혹(Startle and Surprise effect), 뇌가 멈추는 순간


조종사가 갑자기 경고음을 듣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때 뇌에서는 두 가지 반응이 동시에 일어난다.

Startle Effect (깜짝 놀람): 예상치 못한 큰 자극이 들어오면, 뇌의 편도체가 즉각 반응해 순간적으로 경직되어 판단이 지연되거나, 생각하지 않고 행동이 먼저 반응한다.

Surprise Effect (당혹 반응): 현실이 예상과 크게 어긋날 때, 뇌의 전전두엽은 상황을 다시 해석하려 애쓰지만 이 과정에서 인지 부하가 커지고, 기존 계획(착륙)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결과적으로 뇌는 “새로운 행동”보다 “원래 하려던 행동”을 더 안전하다고 판단해 버린다. 즉, 착륙을 고수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순간, 뇌는 사람을 속인다.



조종사들은 수없이 착륙하는 경험을 한다. 비행의 끝은 착륙이고, 착륙을 성공시켜야만 비행을 마쳤다는 성취감을 얻는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이 학습된 습관은 오히려 함정이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착륙해야 한다”는 뇌의 고집은, 조종사의 이성적인 판단보다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똑똑한 것처럼 보이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동물적 본능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먼저 작동한다.


그렇기에 모든 조종사는 6개월에 한 번씩 시뮬레이터 훈련을 통해 비정상 상황을 몸과 눈에 익히는 훈련을 한다. 경고음이 울리면 조건반사적으로 즉각 복행 하도록 반복 훈련하며, 비정상 상황의 익숨함을 심어준다. 문제는 조종사도 훈련임을 인지하고 훈련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상 절차는 훈련할 수 있지만 뇌를 훈련하기에는 부족하다.


조종사도 사람이니 뇌는 본능적으로 놀라고, 당황하고, 집착한다. 따라서 훈련은 이 본능을 극복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비행기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최신 항공기가 아니라, 놀람이나 당황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조종사의 '훈련된 뇌'이다.


조종사는 위험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뇌가 스스로를 속인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훈련으로 완벽해질 수 없기에 동료 조종사(특히 부기장)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경고음 보다 강한 것은 사람의 본능이고, 본능보다 무서운 것은 조종실의 침묵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본능을 넘어서는 CRM을 만드는 것. 그래서 경고음이 울릴 때, 동료 조종사(특히 부기장)에게서 망설임 없는 한 마디가 나오도록 하는 것.


"Go-Around."


그 한 마디가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한다.






참고문헌

Startle Effect Management EASA_REP_RESEA_2015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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