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의 슬픔_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의 작가 괴테의 작품으로, 베르테르 신드롬으로 유명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입니다. 읽은 건 5월인데 이제야 감상을 적네요. 줄거리는 기억하지만 세세한 내용은 잊었기에 짤막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기로 합니다.
세 번쯤 읽었지만 여전히 이 베르테르라는 청년을 이해하기란 몹시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읽었을 때는 베르테르의 자살이 마치 저주처럼, 로테의 기억에서 자신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실행됐음을 확인했기에 어쩌면 이렇게 지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한 친구에게 이 책을 빌려줬었습니다. 대학교 때 읽었지만 과제를 위해 읽었을 뿐 통 재미도 없었고, 읽기도 어려웠다고 하기에 지금 다시 읽어보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빌려줬던 거죠. 그랬던 게 1달 남짓 지난 후에 돌아왔습니다. 절반쯤 읽었지만 더 읽기가 힘이 든다는 말과 함께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읽기 어려운 걸, 싫은 걸 억지로 읽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요. 무슨 벌 받는 것도 아닌데 힘들게 꾸역꾸역 읽느라 책 자체에 싫음증이 생길 염려를 키울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책을 읽는 것 역시 일종의 놀이, 유희이기에 즐겁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움은 대단히 중요하니까요. 무얼 하든지.
즐거움의 측면에서 보면 로테를 사랑한 베르테르는 조금도 즐겁지 않았을 겁니다. 처음부터 로테에게는 자신보다 먼저 만났고, 약혼까지 한 상대인 알베르트가 있었고, 알베르트가 자신보다 조금도 못하지 않은 존재이며, 오히려 더 성숙한 인간이라는 것을 베르테르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만약 자신과 동등한 혹은 아주 조금 뛰어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자신이 누리고 싶지만 누릴 수 없는 것을 누리고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될 겁니다. 질투하게 될 거고요, 시기하게 되겠죠. 자신보다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됐을 뿐 그 자리에는 내가 있었어야 했다며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베르테르가 보는 알베르트의 모습이 그와 비슷했을 거예요. 로테 앞에서 쪼잔하고 지질해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당당하게 행동했지만 매 순간 알베르트보다 자신이 더 낫지 않으냐는 물음을 그 속에서 무수히 던졌을 겁니다. 로테는 듣지도 답하지도 못할 질문들을요.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로테 역시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믿게 되었을 때 베르테르가 느낀 건 억제할 수 없는 질투였을 겁니다. 그러나 결투를 신청할 명분조차 없었죠. 그래서였겠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기로 한 결심을 한 이유.
혼자 조용히 죽어갔다면 오히려 베르테르의 죽음에 숭고함이 더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악의적이었죠. 로테가 괴로워할 것을 알면서도 그 괴로움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모습이란.
당신들에게 배은망덕을 범했으니 용서 해달 라거나, 자신의 죽음을 통해 두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거나, 저주하고 싶었을 알베르트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거나 하는 말은 진심이었겠지만 스스로를 기만함으로써 만들어낸 가짜였을 겁니다.
솔직하지 못한 베르테르.
베르테르가 가엾은 이유는 스스로에게도, 로테에게도, 친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할 수 없었던 거겠죠. 그런 사람이었을 테니까요.
베르테르를 이해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지는 광기,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되묻게 됩니다. 자신이 사랑했다면, 자신이 믿는 만큼 로테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면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다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베르테르의 죽음을 로테가 평생 떨치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았을 겁니다. 그것을 알았기에 죽음을 선택했을 베르테르는 비겁하고, 비열하게 보이기도 해요.
자기의 사랑, 자신의 순정을 이유로 타인에게 괴로움을 안기는 행동은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이기적인 행위이고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요?
그가, 그들이, 그녀가 '나를 무시해서 해쳤다'고 말하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도 생각합니다.
나의 처지,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을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베르테르가 마지막에 편지한 친구 빌헬름에게 조금 더 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다른 결말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완결된 이야기는 이미 지나간 역사처럼 '만약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지만요.
이미 삶을 끝내버린 베르테르와 달리 우리에게는 아직 '만약에'가 남아 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완전히 돌이키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후회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남겠지만 여전히 돌이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으니까요.
질투는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해서 보내주겠다, 그러나 네가 없으면 나는 살 수 없으니 목숨을 끊는다, 그런 내 행동에 너의 책임은 조금도 없으니 행복하게 살아라,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나를 용서해다오.
이건 사랑인가요? 복수인가요? 아니면 저주인가요?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다르게 읽을 수도 있겠고, 서간문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베르테르의 태도에 담긴 이러한 문제는 가볍게 외면하고 넘어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랑에 있어 맺고 끊음이 칼로 잘라낸 두부처럼 매끈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감정이란 게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부러 앙금을 남기고 생채기를 만들지는 말았으면 해요.
상대방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죠.
로테를 너무나 사랑했던 베르테르의 죽음에 유감을 표합니다. 다음 생이 있었다면, 그때는 꼭 이루어졌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