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참 괜찮은 아침이다
평소보다 이른 출근을 해야하는 아침이다. 처음에는 제 시간에 일어났다. 하지만 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55분이 더 지난 후였다.
잘 알듯 아침 시간 10분은 오후 1시간만큼이나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다. 55분쯤 되면 손쓸 도리가 없다.
일어나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한다. 그 와중에도 할 건 다하니, 아직 궁지에 몰린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집에서 나설 때, 시간을 보며 딱 맞게, 모자람도 남음도 없이 도착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 계단 몇 개를 급하게 오르긴 했지만 시간 맞춰 도착한 열차는 의외로 한산해서 여유가 생겼다.
혼잡한 신도림역, 문래를 지나 영등포구청역에 닿았을 때 안내 방송이 나왔다.
"가방 끼임 민원은 홍대입구역에서 처리하겠습니다."라는 방송이었다. 문닫힘이 늦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다시 방송이 나왔다.
"우리 열차 가방 끼임 민원 처리로 잠시 정차 중입니다."
영등포구청역에서 열리는 문 반대편에 끼었을테니 신도림역에서 욱여탄 승객 가방이 문에 낀 모양이었다. 민원을 넣기는 했는데 급한 마음에 서두른 탓에 불가피하게 홍대입구까지 가야하는 처지가 된 거다.
홍대입구역 넘어까지 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둘러서 손해를 본 셈이 될 터다.
다른 승객들은 그들 나름으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탓에 수천 명의 1분이 날아간 셈이기 때문이다. 나비효과랄까, 그 1분으로 지각한 사람이 없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열차에서 내려 계단을 오를 때 회사 동료를 닮은 뒷모습을 발견하고 잠깐 '어?'하는 생각을 했다. 염색한 긴 머리에 검은 코트차림이다. 하지만 2초, 3초쯤 지난 후에 퍼뜩 깨닫는다. '아, 머리카락 잘랐지.'하고.
각인된 첫인상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새삼 실감한다. '그 사람은 이러하다', 왜 첫인상 따위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건지.
우습지도 않은 건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으며 조금은 아쉬워하는 나를 깨달았다는 거다. 시덥잖은 아침이다.
장갑을 끼지 않아도 손이 시리지는 않은 포근한 겨울 아침이다. 하늘은 미세먼지가 있든 없든 파랗고 칼바람도 불지 않는다. 이만하면 괜찮은 아침이다.
나의 어느 아침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