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계획

사실 이건 계획도 다짐도 아니다. 선전포고랄까.

by 가가책방

2011년 9월에 쓰기 시작한 감상문이 750편을 넘었다.
사람들은 '글을 잘쓴다'는 말을 종종 해주시는데 5년 넘는 시간 동안 이 정도를 쓰고도 터무니 없고 형편 없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 살 늘어난 나이를 탓할 생각은 없지만 점점 더 쉽게 피곤해지고, 가끔 이명이 들리며, 현기증도 생겼다.
잠도 늘었다.
다섯 시간쯤 자던 걸 이제는 여섯 시간, 일곱 시간도 잔다. 그래도 컨디션은 나아지지 않는다.

쓰고 싶은 게 많다.
읽고 싶은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간은 24시간뿐이며 앞으로 얼마의 시간을 더 살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다.
지금까지처럼 감상문만 계속 쓸 생각은 없다. 감상문은 기본으로 쓰고, 그 너머로 나아가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이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천재가 아니다. 많이 쓰는 과정을 통해서만 점점 더 나은 걸 쓸 수 있게 되는 평범한 사람이다.
종종 조바심이 나는 건,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며, 의지가 그다지 굳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 가짐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테니.

감상이 750편을 넘었다고 적었지만 그나마 읽어줄만 한 걸 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너그럽게 봐준다고 해도 500편은 함량 미달일 거다. 2015년에야 조금 감을 잡았으니 말이다.
많이 읽고 쓰던 해에는 300권 이상을 읽고 300편 가까운 감상을 적기도 했다. 2016년에는 116편, 읽고도 적지 못한 책이 20권 가까이 된다.

지난 해 계획은 300권 읽고 300편 쓰기였다.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동안은 노력했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음을 실감했을 뿐이었고, 올해는 아직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또다시 당연히 실패할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았기에.

대략적으로 계획을 세워본다.
200권쯤 읽고, 200편쯤의 감상을 적으면 최소한은 달성한 셈으로 칠까하는.

공허해지고 싶지 않다.
읽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 시간은 언제나 공허하다.
바쁨 혹은 분주함과는 별개로 공허하다. 공허함은 기운을 빼앗아 간다. 걸어다니는 고깃덩어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내가 남기는 글이 나의 존재 증명이다.
나는 나로 존재하고 싶다. 그러므로 존재를 방해하는 건 무엇이든 배제할 생각이다. 고독보다 내 오른 손의 침묵이 나는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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