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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Nov 05. 2017

강의_신영복

몇줄리뷰

오래 전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다른 책을 읽게 됐는데 제목이 <강의>에 부제가 '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다.


실제 강의 내용을 지면으로 옮겨온 책이라 자칫 묘한 책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무사히 좋은 책으로 나왔으니 다행한 일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직접 강의를 들었다면 참 좋았을 거라는 거였다. 말의 맥락, 흐름, 표정이나 목소리까지 더해졌다면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가르침 이상의 무엇을 발견할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다. '나'의 '독법'을 남기신 거니까 그 책을 읽은 나는 또 나의 독법으로 읽고 해석하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거였다.
 뭐, 어차피 그렇게 될 테지만 그랬다는 이야기다.


 이 강의에서는 동양 고전을 두루 살펴본다. 그런데 동양 고전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여기서는 '관계론'이라는 주제로 뽑은 글과 가르침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었는데 신영복 선생님의 주장은 이랬다.
"서양 철학이 '존재론'이라면 동양 철학은 '관계론'이다." 그러므로 동양 고전을 읽을 때는 반드시 관계 속에서 사상을 대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거다.


 단순히 사전적 해석이나 이론적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당신이 이해하고 받아들였던 해석들을 전달하고 있기에 그 농축의 정도가 다르다.


 주역이나 시학 등 접해보지 않았던 내용을 다룰 때에는 조금 어리벙벙 하기도 했고, 논어니 맹자니, 순자니 하는 내용에서는 그나마 보고 들은 게 있어 조금 나았다.


 특히 인상깊었던 건 '시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거였다. 2000년 중국, 동양을 지배한 유가의 가르침보다 시경을 앞에 두는 셈인데, 그 점이 참 좋아서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경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제 읽게될 지는 미지수지마는.


 동양 고전, 동양 철학을 읽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스승 없이 스스로 깨우치는 일도 즐겁고 의미가 있겠지만 배움이란 게 나눔으로 더 깊어지는 게 아니던가.
 안 그래도 그동안 너무 서양 것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동양에도 눈을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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