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Nov 06. 2017

나무야 나무야_신영복

몇줄리뷰

신영복 선생님 책이 다 두껍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책으로.


'당신'이라는 가상의 상대에 엽서를 보내는 형식으로 쓴 에세이다. 요즘 유행하는 감성 충만, 이미지 만만의 에세이를 생각한다면 또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끼겠지만 설렁 끓인 물과 오래 우려낸 육수가 다른 맛을 내듯 그 맛의 깊이가 확연하다.


 사람이 나이드는 것은 겉으로 보면 다름을 구분하기 어렵다. 누가 더 성숙하고 깊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거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말로 구분할 수 있다. 쓰는 글로 구분할 수 있다. 행동을 보면 또한 명백하다. 생각을 살피면 틀림이 없다.


 이 네 가지, 신영복 선생님의 글, 말, 행동, 생각은 읽으면 읽을수록 느껴지는 깊이가 다르다.
 시야가 넓은 건 물론이고, 말 하는 투도 곱기만 하다. 목소리가 어떠한지 알지 못하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어려운 사상을 이야기해야 그 사람이 깊이가 있어 보이는 게 아니고, 쉬운 말로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를 가벼이 여겨되는 건 아니다.


이런 점들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바다. '당신'을 향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이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호하다. 친구일 수도 있겠고, 지인이나 제자들은 물론 사회 각층의 구성원과 세대일 수도 있겠다. 또한 그 '당신'은 신영복 선생님 당신일 수도 있겠으니 이 책은 누구를 가르치거나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를 담았다기 보다 스스로를 살피고 성찰하려는 '자아성찰'의 실천이 아니었을까.


 얕은 것은 깊은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작은 것은 큰 것을 잴 수 없다고 하지만 얕다고 해도 오래 파들어가면 깊어질 것이고, 작다고 해도 꾸준히 쌓아간다면 크고 높아질 거다.


 묘한 결론인데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데서 일단 멈추기로 한다. 부족함을 아는 자는 게으르거나 오만하기 어려운 법이다. 나는 부족하므로 행복함이 있는데, 그것은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고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책(진짜 깊이 있는 깨달음의 일부에 불과할지라도) 남겨주신 신영복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의_신영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