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책방 Nov 12. 2017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_박민규

몇줄리뷰

살아남은 사람들이 죽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 혹은 ‘최고의 애도’란 무엇일까?

내가 아는 이 물음에 내놓을만한 대답은 하나다.

‘기억하는 것.’

살아있지 않다고 해서,
이미 죽어버렸다고 해서,
그 기억이 슬퍼야하거나 괴로워야 되는 건 아니다.

아마 그런 일은 드물겠지만,
그 기억이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이기도 하다면,
더더욱 슬프고 아프기만 할 이유가 없다.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적자면,
몹시도 못생긴 여자와 대단히 잘 생긴 유명 배우를 아버지로 둔 말끔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이야기가 단순히 외모, 생김새를 초월한 내면을 향한 깊은 사랑을 쓴 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비슷하게 쓸 수는 있겠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랑은 간단하지 않지만 복잡하지도 않다.”

작가가 거듭 적어대는 ‘부러움과 부끄러움’.

그 역시 그리 복잡하지는 않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박민규라는 작가가 표절 작가로 기억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소설 읽기도 참 간단하지가 않다.
하지만 역시 읽는 게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교훈은 역시 모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것이,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이,
‘간단하지 않으면서도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로 수렴한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모든 추모곡은 결국 살아남은 자들을 위해 연주된다.
모든 이야기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해 쓰이듯이.

매거진의 이전글 식물들의 사생활_이승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