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사이] 아이 울음소리

꼭 마들렌은 아니다

by 가가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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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울음은 머릿 속에 또렷한 영상으로 그려진다.

밖에서 사내 아이 하나가 운다.

자지러질듯 급하게 넘어가는 울음은 아니다.

무언가 몹시도 서러워 우는 눈물과 콧물을 동반한 울음소리다.


소리만 들릴뿐 보이지 않지만 아이가 우는 얼굴, 풍경이 눈에 보이듯한다.

조금만 그려볼까.


아이는 혼자가 아니다.

가까운, 믿을만한, 친근한 상대(친근했을).

역시, 엄마와 함께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다.

멀지는 않다, 대여섯 걸음, 많아도 열 걸음 안에 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한 건 엄마와 떨어지면서 부터다.

떨어진 게 먼저인지, 울음이 터진 게 먼저인지는 불분명하다.

잡았던 손을 먼저 놓은 게 엄마였는지 아이였는지도 불분명하다.

엄마는 아이의 말,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한 참이다.

엄마가 보기에 아이는 떼를 쓰고 있다.

아이가 보기에 엄마는 내가 싫어진게 틀림 없다.

정확히는 불안해졌다고 해야 한다.

서러워서 울음이 터진 건지, 울음이 터졌는데도 다가오지 않는 엄마가 서러운 건지 불분명하다.

아이는 더 크게 울 수밖에 없다.

눈물이 양볼을 타고 흐른다.

한참 후에는 콧물도 흐른다.

엄마는 여전히 다가오지 않는다.

결국 울던 아이가 엄마에게 간다.

엄마는 아이를 뿌리치지 않는다.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아이 울음소리가 머릿 속에 풍경을 그리는 계기가 궁금하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인지, 나중에 본 기억인지, 어느 책이나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에서 멋대로 만들어낸 기억인지 불분명하다.

울음소리는 이토록 분명하고 선명한데, 내 기억만 이토록 불분명하다.

그 울음은, 눈물은 누구의 거였나.


오늘 문득 들려온 아이의 울음소리는 여기 이렇게 기록됐다.

기록이 됐으니 불분명한 기억으로 흔들릴 이유는 사라진 셈이다.

그러나,

나는 보지 않고 다만 듣고서 기록으로 남겼다.

이 기록은 무엇을 보고 들은 누구의 기록인가.

오늘의 나는 그 선후 사정을 다 알지만 나중의 누군가는 또 다른 불분명함과 마주하겠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화자는 마들렌 하나에서 오래 전 기억을 끄집어 낸다.

단순히 끄집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시간으로 돌아가 다시 한 세대를 산다.

기억을 간직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를 꿈으로 삼았다가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과거와 다른 말, 행동, 결정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이후의 미래를 알기에 불안과 괴로움으로 안절부절 못하기 쉽다.


깊게도 복잡하게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웃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닮았다.

보지 않고도 우는 아이의 풍경을 그려낼 수 있는 이유다.


나는 한 때 아이였다.

많이 우는 아이였다.

우는 아이가 남 같지 않은 이유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한 때 아이였던 어른들을 위해 썼다고 했다.

우는 아이들을 용서하길 바란다.

한 때 아이였던 우는 어른들도 용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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