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_깊이에의 강요
그러고보니 <경애의 마음>도 읽다 멈춘 지 거의 한 달이다. 산 건 6월, 3개월째. 소설집 <너무 한낮의 연애>는 절반쯤 읽고는 잊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소설집이라 책 전체를 읽는 완독보다 읽고 싶은 작품을 읽었으면 된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표제작 <너무 한낮의 연애>와 마지막에 실린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를 먼저 읽었던 기억이 났다. 다 읽고 보니 9편 중에서 먼저 읽은 네 편이 좋고 나머지는 그냥 보통이었다. 잘한 선택인 셈.
우연인듯 싶지만 장편 <경애의 마음> 내용은 단편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의 긴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내용에 유사함이 많다.
회사, 노사갈등, 오래 다닌(관계깊은) 사원, 고양이와 언니들의 고민 상담 등등. 뭐, 그렇다는 느낌이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겠지.
좋았던 작품은 냉소적인 화자의 태도나 성격에 비추었을 때 이야기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정, 온기, 인간미가 좋았던 게 아닌가 한다.
상대적으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 작품들은 흐트러진 느낌이다. 내면의 이야기나 관계, 세상과 인간. 단편이라는 제한된 분량에 담기에 적절할 수 있지만 그 결말들이 오히려 스릴러나 추리에서 보던 긴장과 의구심으로 끝맺고 있어 전하려는 메시지가 흐려진다.
메시지가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게 뭐지, 이게 뭐지'하면서 "이 작가는 기복이 심한 편인가 보다"하는 생각에 무게를 싣게 됐다.
신선한 충격이랄까,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으며 품었던 기대가 조금은 깎여나갔다.
뭐, 앞으로도 소설을 계속 써나갈 젊은 작가이기에 다음 작품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물론, 그 전에 읽다 멈춘 이야기도 돌아봐야겠지만. 아주 재미 없는 건 아닌데 자꾸 다른 책에 우선 순위를 뺏기고 만다. 역시 취향의 문제인가? 계속 읽어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