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미니즘 책 좀 읽으셨나봐요?

당신은 누구와 싸워 이기려는 겁니까?

by 가가책방

투사가 될 자신은 없지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요구에 지기는 싫습니다. 작은 소리나마 힘껏 질러봅니다.


'페미니즘'이 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 전에도, 오래 전부터 있었겠지만 몰라도 되는 시간을 보냈다는 거죠. 불공평이라거나 불평등이라거나 억울함이라거나 하는 일들은 늘 있었습니다. 늘 있어서 그런 게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듯 보였습니다. 왜 그렇잖습니까? 오래된 속담이자 명언, "튀어나온 돌이 정 맞는다"고요.


이런 저런 책들을 관심 닿는대로 읽던 시기, 아마 우연이겠지만 그 때 읽은 책 중에 페미니즘 관련된 책도 있었습니다. 관련 분야가 좀 더 알고 싶어져서 몇 권인가 더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책 마다 하는 말이 달랐습니다. 성별, 나이, 지역, 직업, 지위, 어디서 교육을 받았는가, 누구에게 배웠는가, 성장 배경과 가족 관계는 어땠는가. 한 마디로 책을 쓴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서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졌다는 겁니다.

그때 생각한 건, "페미니즘은 참 어렵구나"였습니다. 어려운데다 어디 모임이나 사람들 앞에서 관련 이슈를 꺼내기라도 하면 한 쪽을 향한 비난으로 몰리거나, 화를 내는 단계에 가까워지는 조심스러운 이슈였죠.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길래?


그 이후로 몇 권인가 더 읽은 책의 권수가 늘었고, 논란이나 관련 이슈가 담긴 기사와 그 댓글을 보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보려고 나름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것뿐. 오히려 점점 더 모르게 되어간다는 것 외에 나아진 건 없었습니다.


페미니즘의 학술적 정의나 논의를 깊이 알아가는 건 포기한 지 오랩니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도 다 모르고 살텐데 거기까지 알아서 머리만 아프지 뭐 하겠어요.


최근 기사 하나를 공유받았습니다. 출간 도서 관련해서 작가 인터뷰를 담은 기사였죠. 단체 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하다는 거였습니다. 자신은 그 기사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고요. 책의 제목은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였습니다.


기사를 보고 많은 게 떠올랐고, 뭔가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얘기하자면 길어질 거고,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길게 얘기하면 오류만 잔뜩 늘릴테고, 결국 핵심이고 뭐고 흐려질테니 몇 가지 항목을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논점은 이것.

한국은 충분히 성평등한 사회인가, 페니미즘 운동이 더 필요 없을만큼?


의문점을 적어봅니다.

1. 유엔어쩌구에서 한 조사에서 한국의 성평등 순위가 10위라고 하고 다른 데서는 114위인가라고 했는데 이 지표만으로도 한국의 성평등이 공고하지 않다는 근거가 되지 않나?

생각 : 조사기관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정말 평등하다면, 결과는 유사할텐데 두 조사 기관의 결과가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점은 이상하다.

2. 성평등 순위 1위가 어느 나라인지 모르지만 비교적 더 평등하다고 하는 유럽, 미국에서도 여전히 페미니즘 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생각 :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은 누구인가? 10위보다 더 상위에 있을 프랑스 등 유럽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계속되고 때로는 극단적 페미니즘 운동이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3.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 화해와 협력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몰아가는 듯 보이는 건 나만의 지나친 생각인가?

생각 : 불화하고 싸우지 않아도 닿을 수 있을 듯 여겨진다면 굳이 서로 힘을 빼지 않는 게 더 상식적이지 않은가?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을 거라는 위협이 있기에 투쟁이 아닌가?

4. 다른 문제지만 기득권, 비기득권의 대결 구도와 겹쳐 보이지는 않나?

생각 : 노동자가 노동 조합을 설립하고 회사와의 협상권을 갖고, 권리 보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망하게 될 거라는 주장들이 현실이 됐던가?

5. 평등은 충분한가?

생각 : 어떤 아파트에 살든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 살게 된다면 그 아파트가 1억짜리와 100억짜리로 100배의 금전적 가치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파트'에 살고 있는 건 마찬가지이기에 충분히 평등하다고 봐야 하는가?

6. 하나를 허용하면 모든 규칙이 무너질 거라고 겁주는 데 정말 그럴까?

생각 : 일반의 공통 감각, 많이 배웠건 아니건, 많이 가졌건 아니건 균형을 유지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인간의 공통 감각을 너무 무시한 비관론 아닌가?

7. 싸워야 하는 게 정말 페미니즘 전체인가?

생각 : 극단적, 혐오를 키우는 잘못들과 싸워야 하는 게 아닌가.

8.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인가?

생각 : 민감한 이슈가 생기기만 하면 자극적인 논조로, 편가르기를 부추기며 트래픽 장사니 뭐니 하는 건 누구인가?

9. 애초에 관심 사항이 페미니즘인가?

생각 : 이목 끌기, 관심 집중, 논란과 불화를 키우고 구경하기. 그게 목적은 아니고?

10. 의사표현의 자유는 존중되고 있는가?

생각 : 어떤 특정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한쪽에 치우쳐서 자기 편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반대편 혹은 유보적인 중립 상태에서의 발언조차 조심하게 하고 겁내게 한다. 힘 센 사람, 강자는 누구인가?


광복 후 일제 잔재를 청산하려고 할 때 내세운 구호가 있습니다.

"지금은 과거를 잊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거죠.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현재에 일으킨 참사들을 우리는 거듭 지켜봤습니다. 억지로 무마하고, 덮고, 없이 하려고 하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는 걸 알만큼은 봐온 게 아닐지.


수백 년을 싸워온 세계도 있는데, 수십 년, 몇 년으로 끝날 거라고 끝내야 한다고 하는 말은 얼마나 공허한지.

차근차근, 확실히 그러나 활발히 나아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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