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존'은 어떻게 최상급 표현이 되었나?

왜 좋아하면서 욕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

by 가가책방

참 신기한 일이지 싶다.

의미도 알고 어떻게 쓰는지까지는 알겠는데 왜 쓰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최상급 표현으로 접두어처럼 붙는 '개'하고 '존' 얘기다.

예를들면 '존맛탱'.

'JMT'라 적고 '즘트'라 발음하는 맛있음을 표현하는 최상급.

'존잘', '존멋' etc.


'개'는 너무 흔하게 붙어서 일일이 예로 들 필요도 없다.

거의 모든 데다 붙일 수 있는 일상적 최상급이 되었으니까.


'개좋아', '개짜증나', '개맛있어', '개멋있어', '개멀어', etc.


'존'이나 '개' 모두 욕설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고 쓰는가 모른 채 쓰는가 까지 되짚지 않아도, 이 어감이 입에 붙도록 흔히 쓸 수 있다는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존'은 '좆나', '졸라', '존나'가 줄어든 말.

'좆'은 남성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

'좆'과 '맛있다'가 합쳐진 건데, 성기가 빠져버릴만큼 맛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순화하면 '눈이 튀어나올만큼 맛있다' 정도.


'개'도 그렇다.

물론 개는 아무 잘못이 없다.

'개새끼'라는 표현이 개를 향할 때는 사실 그 자체를 이르는 말이라 개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 될 수는 있어도 인간을 욕되게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간을 향해 '개새끼'라고 말하면 개에게도 욕이 되고 인간에게도 욕이 된다. 개를 인간에게 비교했으니 개에게 미안해 하는 마음이 우선이어야겠지만.


이게 어감이 좋은가?

개나 존이?

욕인데?

진짜 의미를 알고 정말 흔히 쓸 수 있는 표현이라고?


뭐, 내 머리가 굳어서 유연하지 못한 걸 수도 있다는 건 인정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역시 안타깝달까 슬프달까 하는 아쉬움까지 없이 할 수는 없다.


'개'하고 '존'이 최상급이라니.

나쁜 상황에서 짜증을 섞어 '개'나 '존'을 붙이는 건 그나마 납득할 수 있는데 좋은 일, 좋은 사람, 맛있는 음식, 멋진 무언가를 보면서 내뱉는 감탄의 소리가 욕설이라니.


너무 흔히 쓰이니까 오히려 안 쓰는 게 이상해 보이는 때도 있다.

참, 기이한 일이다.


참 궁금하다.

왜 쓰는지.

물론, 이유 같은 거 없이 '그냥' 쓰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예상한다.

'주변에 있는 누구나가 쓰니까' 나도 그냥 쓰거나,

'개있어 보이'는 듯해서 쓰거나,

다른 적당한 최상급 표현을 찾지 못하거나 몰라서 쓸 수도 있고,

경멸이나 반항하는 의미를 담았을 수도 있겠거니.


나보다야 더 많이, 더 잘 아는 사람이 흔할테니 혹시 조금이라도 알고 계시다면 아는 만큼 혹은 생각하거나 추측하고 있는 이유나 근거들을 알려주셨으면 한다.


문제 있다거나 쓰면 안 된다는 얘기는 할 생각이 없고 그냥 궁금하니.

줄임말 사용하고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맥락이 있을 듯해서 말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왜 쓰는지만 모르는 게 아니라 의미도 어떻게 쓰는 건지도 모르고 있던 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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