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5지선다는 아니니까
안녕하세요. 가가책방 가가C입니다.
공주 원도심에는 유난히 친해 보이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애틋한지 매일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고, 며칠이라도 만나지 못하면 걱정하고, 만나면 반가워서 한참을 부비며 냥냥거리죠.
그런 고양이들을 보면서 생각 없이 하는 생각이란 이런 겁니다.
다음 생에는 고양이가 좋겠어.(feat. 디자인구루)
우리 삶 주변에는 고양이도 있고, 질문도 있습니다.
머물다 가는 고양이가 변하고 달라지듯 질문도 달라지고요.
질문이 없는 삶이 있을까요?
삶이 없는 질문은 있을지 몰라도 삶에 질문이 없을 수는 없을 겁니다.
괜히 서론만 길어지고 결국에는 흐지부지 되기 전에 질문을 던져볼까요?
#질문 #Q1.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가?
#답 #A1. 바꾼다.
오래된 질문입니다. 비슷하거나 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많이 봤고, 그 대답도 예상이 가능하죠.
제 첫 대답은, '바꾼다.'였습니다.
'바꿀 수 있다'거나 '바뀐다'가 아니라 '바꾼다'요.
확신이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오래 읽으면, 많이 읽으면 그 시간과 경험이 인생을 변화로 이끈다고요.
바꾼다는 답에는 '바뀌지 않을 리 없다'는 확신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엄청나게 책을 읽는 사람들, 많이 읽은 사람들 중에도 바뀌지 않는 사람들과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바꾸지 않는 이유나, 바뀌지 않는 이유 역시 무수하겠고 그 이유들을 부정할 수도 없지만 질문은 바꿔야 했습니다.
책이 인생을 바꾼다거나 바꾸지 못한다는 식으로 얼른, 간단히 떠올릴 수 있는 답이 존재하는 질문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으니까요.
저는 처음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책이 인생이 바뀌는데 기여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힘을 품고 있다고 믿기에 그런 믿음을 반영한 질문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바꾼 질문이요?
지금은 이런 식으로 질문을 바꿨습니다.
Q2. 책을 읽는 사람의 무엇이 변화를 만드는가?
읽는 책이 어떤 책인가, 무엇인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읽는 이가 품고 있는 생각과 목표, 읽기 전과 읽는 중, 읽은 후에 하는 행동, 만남,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과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책의 물성이 아니라 책의 가능성에 있습니다.
책을 통해 만난 책 속에 담긴 작가나 저자의 생각, 책을 매개로 모이거나 알게 된 사람들, 직접 교류하지 않더라도 같은 책을 읽고 나눈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의 연결에 변화를 만드는 큰 힘이 숨어 있는 게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배제하면서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전혀 다른 해석과 결론을 내리는 게 가능하고 자연스러운 이유죠. 혼자서만 읽고, 배우고, 생각한다면 균형을 맞추기가 몹시 어려워질 겁니다. 평균을 맞춰도 균형은 잡히겠고, 공고하고 단단하게 자기주장을 세우고 수비할 수 있어도 흔들리지 않겠지만 균형의 가치는 흔들리는 데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깊어지고 높아지는 경험을 할 때 생각은 물론 삶의 영역 역시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앞서 던진 질문과 바뀐 질문에서 가장 크게 변한 건 주어입니다.
먼저 질문은 '책'이 주어지만 나중 질문은 '책을 읽는 사람'이죠.
주어가 달라졌기에 인생을 바꾸는 힘의 주체도 '책'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무엇'으로 바뀌었죠.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아는 세상에는 완전한 질문도 완벽한 대답도 없었습니다.
질문은 삶이 흘러가는 길목 곳곳에서 부딪히고 막히며 변화할 거고, 대답 역시 달라질 거예요.
그러니 질문하기를 두려워 말고, 질문을 바꾸기도 꺼리지 말고, 오래전 생각이나 대답에 얽매이는 일도 줄여가기를 바라요.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질문을 찾고, 달라진 질문을 떠올려 그 사이의 간격을 메꿔보는 시간을 만들어볼게요.
금요일 오전, 공주 원도심, 작은 책방에서, 가가C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