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마라톤보다 힘겨운 건 끝이 보이지 않기에, 계속 나아가야 하기에.
오늘 아침입니다.
무심히, 습관을 따라 앱을 열고 알림을 들여다보고 있었죠.
오늘도 브런치는 별 일 없이 여전했습니다.
구독자가 둘, 어제 올린 글을 라이킷 한 사람이 하나, 조금 더 예전에 올린 글을 라이킷 한 사람이 또 하나.
여전히 실망스러워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방문자 수와 묘한 검색어로 유입된 사람들의 흔적을 따라가 보기도 하고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해요.
벌써, 4년이나 했구나.
500편도 넘는 글을 발행했구나.
그렇게 하고도 오늘 쓸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그러다 어제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부분 하나를 발견했어요.
구독자 수, 셋째 자리가, 7에서 8이 되어 있는 걸요.
솔직하게 기뻤습니다.
끝나지 않을 기세를 떨치는 여름과 지지부진한 가을.
누구의 삶이라고 특별히 기분 좋을 일의 연속은 아니겠지만 그런 보편성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더 재미없게 느껴지는 일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느꼈거든요.
이렇게 쓴 걸 읽으면 별로 안 좋아하는 듯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경험을 글로 남겨 기록할 정도의 가치를 부여할 만큼 충분히 기뻤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그만둬도 될 만큼 크고 거대한 보상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과정이 무의미하지 않았으며 계속할 가치가 있음을 확신하게 하는 작은 보상.
고작 구독자의 셋째 자릿수가 바뀌었을 뿐인 사소한 변화가 만든 마음의 변화가 이 정도입니다.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어요.
2년 차부터 매년.
첫 2년 동안 구독자 1,000명을 넘어서 기뻐했던 순간과 3년째 1,500명을 채우며 했던 계속해봐야겠다는 다짐.
한 달 부족한 4년째, 예전보다는 더디지만 뿌듯해서 계속하기에 충분하다는 확신.
https://brunch.co.kr/@captaindrop/468
계속 무언가를 쓰고 남기는 이유를 지극히 개인 차원에서 보면 '내가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닌가?'에 답하기 위한 좌표 확인용, 그걸로 충분.
더 성장했는지, 조금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게 됐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안심.
증거랄까, 근거가 바로 누군가는 내가 쓴 글에 공감하고, 또 누군가는 조금 더 읽어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독자의 존재니까요.
써야 할 글보다 쓰고 싶은 글이 여전히 더 많고,
앞으로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더 늘어날 듯한 기대가 사그라들지 않으며,
그 덕분에 길을 잃거나 나를 잃어버릴 걱정을 덜어낼 수 있으니 기뻐하지 않으면 손해.
내년에, 브런치 5년 차에도 여전히 계속 쓰고, 계속 써나갈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기쁨을 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