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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가책방 Mar 23. 2020

가가책방 월요일은 커피 쉬는 날

가가책방 로컬 로망스

반죽동 247 커피 로스터스

공주 원도심에는 카페가 많다. 

조금만 생각해보고 얘기하면 10개도 넘게 말할 수 있다. 

짧게는 20미터, 길어도 500미터쯤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카페가 10개나 되는 거다. 


그런 환경이지만 카페 기근에 시달리는 날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루.

커피를 거르기도 한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월요일을 휴무로 정한 카페가 네 군데가 넘기 때문이다. 

그중 반죽동 247 커피 로스터스의 휴무는 가가책방 커피 라이프에 치명타를 안긴다.


특별한 우대 서비스로 머그잔에 담아 테이크아웃할 수 있다

취향이 없는 삶이 편할 때가 있다. 

취향을 단계로 나눠 보자.


취향이 선호의 차원,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고 정도라면 아직 괜찮다.

무엇이 아니면 이거나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가 되면 좀 어려워진다.

이것이어야만 한다가 되면 이제 곤란해진다. 


 모든 취향이 그런 건 아니지만 취향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쉽게 말해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달까. 처음부터 완벽히 들어맞기보다 크고 작은 조정을 거치면서 취향은 만들어진다.

  가가책방의 커피 취향은 진한 편이다.

쓰기만 한 커피보다 적당히 산미가 있는 걸 좋아한다.

 언제부턴가 반죽동 247 사장님은 종이컵이 아니라 꼭 머그잔에 커피를 담아주고 있다. 

종이컵에 담으면 손실되는 맛이 있을까 하는 배려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취향이다.

심플한 메뉴판과 품질 대비 저렴 저렴한 원두 가격

 반죽동 247 커피 로스터스 아메리카노는 기본이 투샷인 모양이다. 

'보통'이라고 하면 투샷을 담아 준다.

머그잔에 담아주는 서비스 다음으로 또 다른 특별 대우 중 하나로 '진하게'를 주문하면 포샷을 담아 준다.

투샷과 포샷은 일단 크레마 두께부터가 다르다.

 요즘은 되도록 보통으로 마시려고 하는 편인데, 정말 진할 때는 에잇샷까지 담아준 적이 있다.

에잇샷이면 사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에스프레소라고 보는 게 맞다. 

크레마가 라떼 수준의 두께가 되고, 그 맛은 한 모금 마시면 핑 돌기도 하는 정도.


 반죽동 247 커피 로스터스 최대 매력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대하다는 거다. 

종종 커피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 덕후라고 할 만큼 커피를 즐기는 사람을 만난 사장님을 보면 이보다 친절하고 이보다 서비스가 좋을 수가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만든 커피를 맛 보여주기도 하고, 지식을 나누기도 하고, 추천은 기본이며, 인심마저 후해진다. 

 커피 마니아의 파라다이스를 지키는 진정한 바리스타랄까.


세상에 그저 좋기만 한 건 없다.

부작용이 있다.

카페인을 과다 충전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죽동 247 드립백

반죽동 블렌딩 원두를 넉넉하게 넣어 만든 드립백을 즐겨 찾는 이들이 생겼다.

지난겨울, 반죽동 247 커피 로스터스와 콜라보하기도 했는데, 그때 반응도 좋았다.


 싱글 원두로 드립백을 만들기도 하는데, 가격도 참 좋다.

가끔 좀 사두었다가 월요일에는 이걸 마실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냥 월요일은 커피를 하루 쉬어가는 날로 정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싶다.


 취향이 확고해지기 전에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도 많이 마셨다.

어느 지점, 심지어 세계 어디를 가도 대동소이한 맛. 균일한 맛(맛이라고 할 건 별로 없지만)이 선택 이유였다.

취향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이유도 같다. 균일하기만 해서는 까탈스러워진 미각을 만족시킬 수 없게 된 거다.


 로컬에 와서 진짜 취향에 맞는 카페, 커피를 만난 건 작지만 큰 의미를 갖는 행운이다.

3월 23일 월요일 하루, 커피를 쉬면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게 될 다음 날을 기다려야지.


어서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어 편하게 반죽동 247을 찾을 수 있게 되었으면,

아직 반죽동 247 커피 로스터스의 커피를 맛보지 못한 이들이 마음 놓고 찾을 수 있게 되었으면.

그런 바람을 품어보는 소도시 공주의 밤, 가가책방이다.


#반죽동247 #로컬카페 #로컬커피 #커피맛집 #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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