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아 멈추어라, 너는 너무 아름답구나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는 이에게 시간은 세상 무엇보다 단단하게 굴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시간을 두고 늘 변하면서도 변함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 써야 한다거나 허투루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교훈이나 깨달음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쓰는 사람 A쯤 되는 한 사람의 혼자 하는 말이다. 잠시 짬을 내어 적는 메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직 인간 세상에 시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세상에 충만했으므로 시간은 인간과 무관하게 완전하고 완벽하다. 오히려 인간이 시간을 재고, 나누기 시작하면서 마치 시간이 불가사의하거나 기이하게 혹은 불완전하게 느낄 여지가 생겨난 게 아닐까 싶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에 저항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우리도 익히 아는 사진, 영상이 그 대표적인 방법이고 오래된 동굴에서 발견되는 그림도 그 방법의 하나며, 쓰고 기록하는 일도 다르지 않다.
쓴다는 건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에 흠집을 내는 일이다. 날것의 흠집도 있고, 조각 작품처럼 잘 다듬어진, 작거나 큰 흠집들도 있다. 누군가의 일기, 시, 소설, 에세이, 그 모두가 저마다의 의미를 품고 저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시간에 새겨진 흠집이다.
시간은 년, 월, 일, 시, 분, 초로만 쪼개지지 않는다. 무한히 늘어나거나 찰나로 수렴하며 변신을 계속한다. 그래서 그랬나 보다. 작품 속에서나마 시간을 멈춰보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유.
이것은 메모이므로, 분절한다.
완결되지 않는다.
불완전하므로 무한히, 다양히 해석된다.
이 시간에 흠집을 내어 끼워 넣고, 오늘을, 이 시간을 박제한다.
고작 그런 시도다.
그 정도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