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일상일기라고 제목으로 시작하지만 일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보통의 느낌, 평범하고 늘 있어서 적는다는 느낌보다 일상의 일부, 굳이 이름 붙이면 '특별한 일상'을 '어느 장면'을 적는 중이다.
이 자리는 작은 다리 건너 사거리 이층 건물의 창가. 드물게 비가 내리는 오전, 누군가는 당황스러움으로 누군가는 일상적인 무신경함으로 자기 길을 가거나 길을 가다 머뭇거리거나 망설이거나 돌아서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방통행로를 거꾸로 거슬러 오는 차, 점심을 먹으러 나와서 망설임도 없이 영업 중인 슈퍼 앞에 영업의 방해나 교통의 혼란 따윈 염두에도 없이 무심히 차를 세워두고 간 네 남자와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며 멈췄다가 지나기를 계속하는 차들을 본다. 일상이면서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이 아니어야 다행스러운 장면 속에서 나는 어쩐지 위태로움과 불안을 느낀다. 가장 멀리 있어서 안전한 자리에 있어서 오히려 모든 걸 지켜볼 수 있어서 불안해한다. 저 사람이, 저 차가, 저 가게가 가정과 상상과 예상 사이에서 창밖에서 눈을 떼고 싶어 진다.
특별하지 않으면 기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록으로 남은 것은 거의 대부분이 특별하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누군가 매일 먹은 음식의 이름, 재료의 종류, 조리법, 시간을 적은 것조차 기록하는 순간 의미를 갖는다. 기록만이 특별해진다.
20분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서 절반 정도를 썼다. 시간은 절반을 썼지만 글은 얼마나 썼는지 알지 못한다. 애초에 얼마를 써야겠다는 목표가 없었으므로 지금.
이렇게 지금에 마침표를 찍어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제안되지 않은 목표, 제기되지 않은 문제, 아무 부담이 없는 만큼 길을 잃기도 쉽다. 이 카페 지붕이 샌드위치 패널이라 다행이다. 연속으로, 점점 더 빠르게 두드려 대는 빗방울 소리가 자꾸 멈추는 손을 재촉한다. 조금 더 남기고, 조금 더 지켜보라고 채근한다. 일상의 어느 장면이 특별해진다는 건 그 장면이 사유의 재료가 된다는 의미다. 결국 사유의 재료로 삼을 만큼 특별한 장면이라서 그 일상이 글이 되었지만 그 일상을 글로 만들자는 생각이 그 장면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쓰며 지켜보는 동안 특별한 게 생겨난 건지도 모른다. 결국 '특별한 일상'은 특별하지 않을 수 있던 평범한 일상이고 그 장면을 글로 남기는 행위가 특별하다는 얘기가 된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계속 쓰고 있다. 특별하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 계속 쓰며 생각하는 이 시간을 통해 특별함이 생겨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서.
일상이 아니어서 모르고 사는 누군가의 가뭄, 이 비가 그 가뭄을 해소할 수 있을까.
손님을 태우겠다고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마주오는 차를 보고도 50센티미터를 비켜주지 않는 택시를 본다. 그 택시를 향해 경적을 울리는 마주오는 차를 본다. 이것이다. 이것이 일상의 소리, 일상의 맛, 일상의 감정. 거의 모든 일상은 특별하다. 다만 기록되지 않았을 뿐, 거의 모든 사람이 특별한 것처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