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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23. 2019

반가운 소식 고맙습니다.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는 친우 H군과 주고받은 서신

진작에 소식을 전해야지 간간히 생각했으면서도 또 늦어버렸네요. 2011.02.10


언제 봐도 반가운 소식 항상 고맙게 접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배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쿠웨이트의 SHUAIBA라는 항구입니다.


이곳에서 UREA-요소비료-를 싣고 미국의 갈베스톤과 뉴올리언스 둘 중의 한 곳을 향해 떠날 예정으로 있고, 오늘 밤 전에 선적 작업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페르시안 걸프를 빠져나온 후 거쳐 가는 항로는 인도양을 건너서 희망봉을 돌아 남미의 꼭대기를 지나쳐 카리브해에 들어선 후 자메이카 남단을 따라가는 대장정으로 항해만 한 달 반을 해야 하는 형편이랍니다. 물론 그런 긴 항해이므로 중간에 남아공에 기항하여 급유는 해야 할 겁니다.


 근데 문제는 이곳 인도양을 지나야 하는 일이 요새 한참 시끄러운 소말리아 해적을 염두에 둬야 하는 항해라는 점이죠.


 지금 우리 배는 해적 침입을 막기 위해 선체 외부에 철조망을 둘러치려고 RAZOR WIRE를 잔뜩 실어 놓고 있습니다.


 물론 선원들이 그 설치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저런 작업 중에 날카로운 칼날에 다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바라는 마음에 덧붙여 해적이 달려드는 일도 결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대비하고 있답니다.


 왜 이렇게도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어지는 건지...... 그런 서러움을 맨 앞장에 서서 직접 당하는 뱃사람이란 처지가 야속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뒤섞여 손에 일이 잡히질 않아 소식 전함이 이렇듯 늦어지게 되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아 봅니다.


 너스레는 그쯤 하기로 하고, 금년은 유난히도 강추위가 세계를 휩쓸어서 미국 동부에서도 고생이 많다는 소식을 잠깐 뉴스에서 본 듯하군요. 

그래도 씩씩한 기상이 엿보이는 편지를 보내주셨으니 그 건강함에 부러움과 감사한 마음 보냅니다.


 나중 우리 배가 마음 편하게 가질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할 무렵에 다시 즐거운 소식 전하기로 약속드리며 오늘은 출항 준비를 비롯한 다른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이야기드리며 여기서 작별 인사를 가름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라며, 우리들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재회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씨에스 아젤리아에서 H T 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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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안전 항해를 위한 노고에 힘을 드립니다. 2011.02.10


WS 아범, 소식 주어 고맙고요, 얼마나 고심하고 계신지 눈에 선합니다.


 누구보다 나는 선박 나포에 관하여는 평생의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이지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세상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더이다.

 그를 위한 노력.... 평생 지워지질 않아 지금도 그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일어났던 것이었죠. 


 어떤 이유로 라도 선박 피랍은 피해야 하는 일이므로, 어렵고 힘든 시간이 되더라도 최선을 다하여 주시기를 응원하여 드립니다.


 어떤 면에서는 정부나 매스컴은 어디까지나, 귀찮은 존재밖에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실제의 절절한 고통은 당사자 아니면 아무도 모르니까요.


WS 아범,

밤낮으로 무사항해를 기원하겠습니다,

기항 예정이라는 Galveston이나 New Orleans 라면 내가 있는 여기서는 아주 먼 곳이지요, 혹여 입항하게 되면, 누구에게라도 잠시 Handphone을 빌리세요, 그래서 그 번호를 알려 주시기만 하면 제가 통화를 할게요.

나의 전화는 571-XXX-0000이고요, 마누라의 번호는 571-XXX-4 xxx입니다,


자주 메일 할게요,

회신은 필요할 때만 하세요. 아무 염려 마시고요. 건투 빕니다

SS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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